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시작된 무력 충돌이 전쟁으로 치닫는 가운데 중국의 노림수가 주목된다.
최근 몇 년 새 미국의 대(對)중동 영향력이 퇴조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함께 입지를 강화해온 중국이 현재 벌어지는 혼돈의 중동 정세를 활용해 미국을 밀어내는 한편 영향력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본다.
이번 사태가 미국이 심혈을 기울여온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주축의 수니파 이슬람권 간 화해라는 ‘중동 데탕트’ 시도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여 중동 패권 경쟁에서 중국이 유리한 교두보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 3월 숙적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중재해 외교 관계를 복원시키는 대성과를 거둬 중동 해결사로 등장한 중국도 일정 수준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그보다는 미국 대안 세력으로서의 입지가 더 탄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일단 중립 깃발을 들었다. 9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분쟁이 확대되고 지역의 안정을 해치는 행동에 반대하며 가능한 한 빨리 휴전하고 평화를 회복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대중국 강경파인 척 슈머 미 상원 원내대표가 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 등의 비겁하고 악랄한 공격을 규탄해달라”고 촉구했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중국은 3월 사우디아라비아·이란 수교 중재에 이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 정상화라는 ‘중동 해결사 2탄’에 공을 들여왔다.
4월 당시 친강 외교부장은 리야드 알말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과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을 상대로 중재 노력을 기울였고 2개월 후인 올 6월 시 주석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아랍 평화 이니셔티브’를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