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배터리서 부품까지 국산화율 90% 넘어…품질·AS로 中과 차별화

[中 방파제 쌓는 K중기]

◆ 대반격 준비하는 모빌리티

지자체 중국산 AS 등 의구심 확산

中 전기버스 점유율 상승세 둔화

값싼 LFP대신 국산배터리 탑재

내년부터 점유율 반등 기대 커져

쎄보, 인니·UAE에 전기차 공장

이륜·소형차업체 해외진출도 가속

인도 콜카타에서 2022년 8월 12일 독립기념일에 한 시민이 스쿠터를 타고 있다. EPA연합뉴스인도 콜카타에서 2022년 8월 12일 독립기념일에 한 시민이 스쿠터를 타고 있다. EPA연합뉴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국내 전기 모빌리티 시장을 빠르게 점령해온 중국산의 공세를 내년부터 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내년부터는 그동안 진행했던 연구개발(R&D)이 결실을 맺고 공격적 투자를 통한 생산 능력 확대 효과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서다. 특히 국내 중소·중견·스타트업 업계는 중국산 제품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품질·기술력·애프터서비스(AS) 경쟁력을 높여 반전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민관에서 중국산 제품을 견제하는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는 만큼 이른 시일 안에 안방을 회복하고 해외시장에서 중국 제품들과 진검 승부를 벌이겠다는 분위기다.

10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전기버스와 전기이륜차 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계의 공격적인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기버스 기업인 우진산전은 시장점유율 20%, 전기이륜차 생산 기업인 대동모빌리티는 10% 이상의 국내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진산전은 400억 원을 들여 내년 하반기 경북 김천에 전기버스 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1974년 창립 이후 전동차의 핵심 부품을 국산화해온 R&D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버스 주요 부품도 직접 생산하며 경쟁력을 높였다. 대동모빌리티는 지난해 11월 총 900억 원을 투입해 연간 14만 5000대의 모빌리티를 생산할 수 있는 신공장(S팩토리)을 대구에 준공했다. 이곳에서 국산화율 92%에 달하는 전기스쿠터 GS100가 제조된다.



우진산전과 대동모빌리티는 K배터리와의 협력을 통해 중국산과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우진산전 전기버스와 대동모빌리티 전기이륜차에는 각각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주로 탑재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산 전기차에는 값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이 저렴했다”면서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배터리를 비롯한 품질과 AS 문제가 점점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중국산이 불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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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체를 비롯한 배터리 생산 기지가 국내에 들어서고 있어 모빌리티 기업들의 배터리 확보는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최대 전구체 기업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올 하반기 3·4공장 착공을 거쳐 포항에만 4곳의 공장을 갖출 계획이다. 현재 연산 5만 톤인 전구체 생산 능력을 2027년까지 21만 톤으로 4배 이상 확 늘릴 계획이다. 순도가 낮은 원자재에 황산을 넣어 고순도 니켈·코발트를 추출하는 공정을 개발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예정이다. 고려아연 계열사인 켐코는 LG화학과 손잡고 내년 2분기부터 2만 톤 규모의 전구체를 양산하고 엘앤에프는 LS그룹과 합작해 전구체 생산 능력을 2029년까지 12만 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켐코와 엘앤에프 공장은 각각 울산과 새만금에 세워질 예정이다.

배터리·부품·조립 등에서 국내 생산 체제를 갖추면서 내년부터는 한국산 전기 모빌리티 점유율이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기버스 도입을 확대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중국산 제품의 AS 문제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도 좋은 징조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제주도에 가면 1~2년만 쓰고 버려진 전기이륜차나 초소형 전기차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면서 “중국산 전기버스도 5~6년만 쓰고 적절한 AS를 받지 못한 채 폐차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토교통부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서 중국산의 상승세는 점차 둔화하고 있다. 점유율이 2020년 33.2%에서 2021년 37.8%로 4.6%포인트 올랐지만 2022년과 2023년(1~8월 누적)에는 각각 4.0%포인트, 1.8%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륜차, 소형 전기차 등은 독자 기술력과 K배터리 밸류체인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급성장하는 인도·동남아 전기오토바이 시장을 겨냥한 행보가 눈에 띈다. KR모터스는 LG엔솔·현대케피코와 협력해 만든 전기이륜차 ‘이루션’을 선보였고 모헤닉모터스는 현지 기업 선닥과 인도에 이륜차 합작법인을 세웠다. 이밖에 국내 초소형 전기차 1위 업체인 쎄보모빌리티는 인도네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전기차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마이벨로는 모터 생산 기술력을 기반으로 전기자전거를 생산해 제품의 90%를 유럽에 수출한다.

시장조사 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2795억 달러(약 370조 원)에서 2028년 기준 1조 5072억 달러로 연평균 27.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더해 대외 여건도 긍정적이다. 정부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남아를 비롯한 신흥시장과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이달 7일 한국과 필리핀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하면서 공식 발효 이후 5%에 달하는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다.

다만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 산업이 전동화 전환에 뒤처져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지난해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 중 미래차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17.7%에 불과했으며 미래차 전환 대응 계획을 세우지 못한 업체는 72.6%에 달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국내 전기차 업계가 중국산과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지 여부를 두고 변곡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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