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내 철강 업체 후판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소차 충전소 설치 등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우리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자국 철강 업계에 피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기업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부담을 덜기 위한 정부 보조금 사업이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어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미 상무부는 8월 말 현대제철이 수출하는 후판에 상계관세 1.08%를 매기며 환경부 등 정부의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보조금 지급 사업을 부과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현대제철이 친환경 전환을 위해 지급받은 보조금이 미국 철강 업계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혔다고 보고 이에 상응하는 상계관세를 부과했다는 뜻이다.
문제가 된 사업은 환경부의 ‘수소연료전지차 충전소 설치 민간 자본 보조 사업’이다. 현대제철은 2021년 환경부가 공모를 통해 선정한 상용차용(버스·트럭 등) 수소차 충전소 구축 사업자 중 한 곳으로 뽑혀 건설 비용의 70%를 지원받았다. 미 상무부는 이 보조 사업을 받을 수 있는 기업 수가 제한돼 정부가 특정 기업에만 지급한 보조금으로 간주했다. 또 소규모로 분할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일회성으로 지급돼 시장을 왜곡할 가능성이 비교적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상무부는 정부가 한국해운협회에 위탁해 실시한 ‘전환 교통 지원 사업’ 역시 트집 잡았다. 현대제철은 2021년 이 보조 사업 수혜 기업 중 하나로 선정돼 기존의 육상 운송을 비교적 탄소 배출이 적은 해상 운송으로 전환했고 그 결과 국고 지원을 받았다. 미 상무부는 이 보조금 역시 한정된 예산 탓에 소수의 기업만 받을 수 있어 특정 기업에만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무부가 이런 보조 사업에 부과한 상계관세는 각각 0.01%로 최종 관세(1.08%)에 미친 영향은 크다고 볼 수 없다. 다만 기업의 친환경 전환을 지원하는 보조금에 문제를 제기한 만큼 추후 유사한 제도들 역시 관세 부과 조치를 피하기 까다로워질 수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보조금 사업까지 미 당국이 세세하게 들여보고 있다는 점도 우리 기업으로서는 부담이다. 국책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자국 사업 보호를 명분으로 각국이 점차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업계의 대응을 정부도 촘촘하게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