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출신의 30대 결혼 이주여성이 중앙선을 침범한 차량과 정면 충돌해 함께 타고 있던 8살 난 아들과 숨진 사고가 뒤늦게 알려졌다. 베트남 국적의 이 여성은 맞벌이를 하면서도 시부모를 봉양하는 등 가정을 위해 헌신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0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일 전남 담양군에서 중앙선 침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베트남인 A(32)씨가 몰던 경차가 반대편에서 중앙선을 넘어온 아반떼 차량과 충돌했다. 뒤따르던 차량 2대도 A씨의 차량을 들이받으며 연쇄 추돌이 일어났다. 경찰은 반대편 아반떼가 차선을 바꾸다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중앙선을 침범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차량의 운전자 역시 숨졌다.
며느리 A씨의 사망 소식을 접한 시아버지는 "비통하고 벼락맞은 심정"이라고 매체에 전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A씨의 남편은 식사도 제대로 못한 채 아내의 영정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
A씨는 2012년 한국으로 건너와 B씨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아들의 출생 이후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생활해 왔다. 시부모까지 봉양하며 산 A씨는 생활력과 자립심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과 함께 담양에 있는 식품제조회사에 근무하면서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8살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A씨는 시부모에게 아들을 맡겨놓은 것이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다고 한다. 시부모 역시 국적이 달라도 A씨를 친딸처럼 아꼈고 8살 손주의 재롱으로 가족들은 화목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달 베트남에 있는 A씨의 친정 부모가 잠시 한국에 머물기로 했다. A씨는 담양에 친정 부모의 숙소를 마련해주고 연휴 일정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사고 당일 남편은 회사 일정상 함께 하지 못해 A씨만 아들과 함께 친정 부모가 있는 담양의 숙소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 길에 ‘4중 추돌 사고’가 일어나 A씨와 8살 아들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시아버지는 "한국 와서 고생만 하다 간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라며 "며느리와 아들, 손주와 다섯 식구 넉넉하진 못해도 알콩달콩 잘 살았는데… 며늘아 하늘나라 가서 잘 살거라"라며 눈물을 흘렸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되 중앙선을 침범한 차주가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사고를 종결 처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