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논란과 관련해 야당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여야 의원들 모두 질의시간 대부분을 R&D 예산 정책에 대한 지적이나 옹호에 할애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이 말 한마디 해서 R&D 예산(이 삭감됐고) 과학기술계가 난장판이 됐다”고 지적했다. 올해 6월 윤 대통령의 ‘R&D 예산 전면 재검토’ 지시에 과기정통부가 단기간에 연 30조 원 규모의 예산을 두자릿수 삭감하는 결정을 한 것을 두고 ‘졸속 삭감’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민 의원은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진행한 설문결과를 제시하며 대상자의 97.6%가 예산 삭감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같은 당 박찬대 의원은 예산 삭감으로 인한 폐해의 단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극지 유전자원 활용 기술 개발과 관련해 극지연구소가 단독 입찰했다는 이유로 예산이 92.9% 삭감됐다”며 “지구온난화 때문에 많은 기후 문제를 겪는데 카르텔이라는 대통령 한마디에 지금 예산이 완전히 온난화를 겪고 있고 연구 현장은 빙하처럼 녹아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에서 R&D 예산이 급격히 늘어난 탓에 생긴 비효율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과기정통부를 옹호했다. 김병욱 의원은 “최근 몇 년 사이 R&D 예산이 급격히 늘면서 비효율과 낭비 요인이 크게 누적됐다는 것은 모두가 얘기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R&D 예산이 지금 제대로 성과 내고 있는지, 지금까지 노벨상이 하나도 안 나왔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과방위원장인 장제원 의원도 “작년과 재작년 과기부 국감 자료를 보면 낭비성, 소모성, 선심성, 퍼주기 R&D는 잘못됐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많았다”고 했다.
민 의원은 윤 대통령의 예산안 전면 재검토 지시가 나온 경위와 관련해,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삭감 전 예산안 초안을 보고받은 대통령실로부터 이 장관이 심한 질책을 받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그가 “시중에 소문이 파다한데, 용산 대통령실이나 대통령으로부터 장관에게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거친 언어로 비난했다는 소리가 있다”고 하자, 이 장관은 “욕설은 없었다”며 부인했다.
허숙정 민주당 의원은 예산 삭감으로 연구자들, 특히 청년 연구자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반도체 연구자 출신인 이 장관에게 이에 대한 입장을 질의했다. 이 장관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진심으로 그분들을 사랑하고 문제가 생기게 하고 싶지 않다”며 “진심으로 좋은 시스템을 줘 미래에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연구현장에 배분되는 예산을 두고 “부모와 자식 간에도 용돈 좀 줄이면 정당하더라도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고 비유했다가 논란이 일자 발언을 취소하기도 했다.
오후 늦게 이어지는 국정감사에서는 우주항공청, 가계 통신비, 플랫폼 규제와 관련된 질의응답도 일부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