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미술 다시보기] 서정적 풍경

신상철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1796~1875)의 그림에는 소리가 있다. 그의 풍경화를 차분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나뭇가지에 매달린 마른 잎들이 바람에 흔들려 서로 부딪히며 내는 작고 부드러운 소리가 들린다. 풍경이 전해주는 자연의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화가는 코로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19세기 중반 프랑스 화단에서 자연을 소재로 한 풍경화 분야의 최고의 화가로 평가받았던 코로. 그의 그림들은 서정적이고 신비스러운 가을의 정취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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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화단에서 풍경화의 가치를 진정으로 인식한 화가들은 낭만주의자들이었다. 전통적인 고전주의 미술에서 풍경화는 역사화에 종속된 장르였다. 풍경은 고전적 주제나 종교적 알레고리를 설명하기 위한 배경으로 사용됐고 회화 속 풍경의 역할은 주제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수단에 불과했다. 그러나 19세기 낭만주의 미술 운동이 확산되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조망하는 회화적 시도가 이뤄졌다. 낭만주의자들은 자연을 인간에 종속된 대상으로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 자연을 통해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그들은 자연에 대한 실재적 경험을 중시했고 풍경이 전해주는 몽상과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1864년 파리 살롱전에 출품된 코로의 ‘모르트퐁텐의 추억’은 그가 그린 풍경화 중 단연 걸작으로 꼽힌다. 나폴레옹 3세가 살롱전 현장에서 직접 구입해 애장했던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모르트퐁텐(Mortefontaine)은 파리 북쪽에 위치한 작은 시골 마을의 이름이다. 화가는 이 지역의 연못들을 자주 방문하며 물에 비친 아침 안개와 우수가 깃든 숲의 정취를 화폭에 담아내는 작업에 몰두했다. 스토리의 전달이나 사실감의 재현보다 강조된 것은 자연을 마주하며 느낀 작가 자신의 감정이다. 평온한 자연과 세상의 속박에서 벗어난 여유로움이 이 그림 속에 가득 차 있다.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서의 자연을 화폭에 담아 화가 자신의 마음과 느낌을 전하는 19세기 서정적 풍경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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