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될 경우 주요 산유국들이 과거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를 초래한 석유의 무기화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2일(현지 시간)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보고서를 내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중동의 에너지 생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석유 시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주요 산유국이 아니지만 전쟁이 장기화해 주변국들로 확전되면 세계 원유 수급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중동 산유국들이 50년 전 4차 중동전쟁 때처럼 석유를 무기화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1973년 당시 이집트·시리아 등이 이스라엘을 침공하면서 전쟁이 발발하자 사우디아라비아·이란·이라크 등은 원유 감산을 선언했다. 그 결과 하루 최대 430만 배럴의 공급 차질이 발생하며 국제유가가 한 달 만에 3달러에서 13달러로 급등하는 등 1차 오일쇼크가 본격화했다. 뒤이어 1979년 재발한 2차 오일쇼크 역시 이란이 석유 생산을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한 영향으로 발생했다.
특히 이번 사태에 이란의 개입 여부가 드러나면 미국의 제재와 이에 따른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조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더 높다. 중동 지역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40%, 가스 생산의 20%를 차지한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다시 조이고 이란이 이에 대항해 세계 원유의 주요 수송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등을 봉쇄할 경우 오일쇼크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쟁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조기에 감산을 종료할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무산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러시아와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인 감산 정책을 내년까지 연장하는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세계 석유 시장의 구도가 과거와 달라진 점을 고려하면 오일쇼크 때와 같은 충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전략적 석유 비축량은 러시아 침공 이전보다 낮지만 필요한 경우 유가 급등을 제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