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글로벌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해외 주식 투자 심리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리·유가 등 글로벌 지표에 따라 시장이 요동치자 국내 시장보다는 차라리 주요국 상품에 직접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다.
13일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 8월 개인투자자가 해외 파생상품을 거래한 규모는 총 822조 원으로 지난해 8월보다 2.01% 증가했다. 올 들어 월간 해외 파생상품 거래 규모가 전년 동기보다 늘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파생상품 거래 대금은 올 1~2월만 해도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적은 상태를 유지하다가 7월에는 그 격차를 5.9%까지 줄였다. 지난해는 해외 파생상품 거래 대금이 사상 처음으로 1경 원을 돌파한 바 있다.
파생상품뿐 아니라 해외 주식 거래 대금도 3분기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분기 외화증권 결제 금액은 1025억 9000만 달러(약 138조 원)로 전년 동기보다 16.6% 증가했다. 상반기에는 외화증권 결제 금액이 지난해보다 9.3%가량 줄었던 점을 감안하면 추세가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최근 해외 주식과 파생상품 거래액이 동시에 늘어난 것은 국내 증시가 글로벌 금리, 원자재 값, 채권 가격 등에 따라 변동 폭을 키우자 해외시장에서 직접 고수익을 노리겠다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내내 배럴당 7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국제유가는 수급 문제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겹치면서 변동성이 커졌다. 채권 금리, 환율 등도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주도주를 잃고 부진에 빠진 점도 투자자들의 해외시장 이탈의 이유로 꼽았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2차전지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던 국내 주식시장은 하반기 들어 활기를 잃기 시작했다. 올 들어 코스피 일 평균 거래 대금은 7월 14조 190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10조 8000억 원, 9월 8조 3000억 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분류되는 투자자 예탁금은 이달 10일 올해 3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인 46조 5389억 원까지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인 만큼 해외투자에 대한 수요가 당분간 줄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발언 자제 기간 전까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발언이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며 “전쟁이 중동 지역으로 확전하는지 여부도 국내외 주식시장에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제적 정세 등의 여파로 해외시장의 변동성이 재차 확대되고 있다”며 “고위험·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해외투자를 선호하는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