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뒷북경제]수출 순풍 올라탄 K-원전…비결은?

2.5조 루마니아 원전 리모델링 '컨소시엄 협약'

캐나다·이탈리아와 설비 교체…한수원 몫 40%





국내 원전 업계에 잇따라 낭보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수주, 10월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 협력의향서(LOI) 체결 등에 이어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설비개선사업 공동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해외에서 원전 계속 운전을 위한 대대적 개보수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의미가 남다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2일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 있는 루마니아원자력공사(SNN)에서 캐나다의 원자로 설계사 캔두에너지, 이탈리아의 터빈발전기 설계사 안살도뉴클리어와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 설비개선사업 공동 수행을 위한 3자 컨소시엄 구성’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1996년 루마니아 최초로 상업 운전을 시작한 체르나보다 1호기를 30년 더 돌리기 위해 2027년부터 압력관 등 원자로 계통과 터빈발전기 계통을 통째로 들어내 새것으로 바꾸는 ‘리모델링’ 사업입니다. 총사업비는 18억 5000만 유로(약 2조 5000억 원)로 한수원과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등 우리 기업들이 전체의 40%인 1조 원어치를 따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주 확정 땐 윤석열 정부 들어 이집트 엘다바 원전에 이은 두 번째 조(兆) 단위 수출 성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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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나보다 1호기는 월성 1~4호기와 같은 700메가와트(MW)급 캐나다형 중수로(CANDU-6) 노형으로 운영 허가 기간은 30년입니다. 2026년 12월 말 면허 만료를 앞두고 운영사인 SNN은 체르나보다 1호기 현대화를 맡길 공급사를 물색해왔습니다. 월성 1호기 설비개선 때 압력관 교체 작업을 세계최단기간인 27개월 만에 끝낸 이력이 기존 설계사인 캔두와 안살도뿐만 아니라 한수원과 국내 기업도 깜짝 발탁된 원동력으로 보입니다. 캐나다(포인트레프로 원전)와 아르헨티나(엠발세 원전)는 압력관 교체에 각각 46개월, 37개월이 걸렸었습니다. 한수원이 지난 6월 2600억 원 규모의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TRF) 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등 발주사인 SNN 깊은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한수원은 향후 캔두, 안살도와 본격적인 사업 제안서 준비 작업에 착수해 SNN과 구체적인 사업 조건을 협의할 계획입니다. 2024년 상반기 SNN과 주계약을 체결하면 2027년 1월부터 32개월 동안 주요기기 교체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원팀 코리아’는 전체 시공과 방사성 폐기물 보관 시설 등 인프라 건설을 주로 담당하게 됩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발주사 및 컨소시엄과 긴밀히 협력해 최종 계약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수요가 커질 ‘원전 개보수’ 영역에서 첫 대형 수출이 성사되는 단계에 가까워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작지 않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1972년 고리 1호기 건설을 시작으로 단 하루도 원전 건설을 멈춘 적 없던 ‘K-원전’이 신규 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글로벌 원전 리모델링 시장에 진출하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기 때문입니다.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가동 원전 439기 중 약 40%에 달하는 177기가 계속 운전 중입니다. 노후 원전을 신규 원전 수준으로 정비해 계속 운전하려면 개보수, 운영·정비, 핵연료 등과 관련한 원전 설비 수요가 급증하게 됩니다. 하지만 주요 원전 공급국들은 과거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서 원전 설비 제조 능력이 약화한 상황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50년 동안 원전 34기를 건설하면서 원전 설비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왔습니다. 한수원 관계자는 “국내 원전 기업이 대규모 설비 개선 시장에서 주요 공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한국형 원전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 승전보가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세종=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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