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의 꼬리가 결국 잡혔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3일(현지 시간) “최근 몇 주간 북한이 러시아에 1000개가 넘는 컨테이너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우리 국방부는 16일 “북러 해상 컨테이너 운송 정황은 사실”이라며 해당 무기를 포탄으로 가정해 환산하면 수십만 발에 달하는 규모라고 평가했다. 미국의소리 방송은 15일 미국 정부가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한 북한 나진항을 상업 위성 서비스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결과 110m 길이의 선박과 대형 크레인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미국이 북러 무기 거래의 증거라며 제시한 사진을 보면 지난달 러시아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는 러시아 동부 두나이로 이동했으며 다시 철도로 러시아 서남부 티호레츠크에 있는 탄약고로 옮겨졌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난달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무기 거래가 곧바로 실행된 것으로 봐야 한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은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할 재래식무기를 건네주고 대량 살상 무기 능력 강화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받는 ‘악마의 거래’로 비판받았다.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는 북한의 모든 군사 장비 수출입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되레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이달 초 미국을 “유일무이한 핵 전범국”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16일 “전쟁 국가 일본은 허구가 아니라 실체”라며 일본을 겨냥했다. 국제 규범을 무시한 ‘검은 거래’에는 혹독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17일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회동에서 강력한 제재 방안을 도출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할 것이다. 연내 미국에서 개최될 한미핵협의그룹 2차 회의에서는 북한의 핵 도발 의지를 분쇄할 강력한 응징 시스템을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 북러의 검은 거래를 무력화하려면 힘으로 그들을 압도해야 한다. 이번 주 미군 전략폭격기 B-52의 국내 첫 착륙을 시작으로 한미 동맹 강화에 속도를 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