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7일 “가계부채는 총량이 급격하게 늘지 않게 하면서 질을 조금 더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위기 상황이 아닌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가계대출을) 한번에 끊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5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계부채 증가 현상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마약은 나쁘지만 마약에 중독된 사람에게 약을 하루아침에 끊어버리면 금단현상 때문에 그 사람은 죽게 된다”며 “삼성전자라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돈을 다 내놓으라고 하면 버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각에서 주장하는 급격한 대출 규제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특히 취약 계층이나 무주택 서민층에 대한 지원은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채를 줄여나가겠지만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과 무주택 서민이 고가 주택이 아닌 6억~9억 원 정도의 집을 사겠다는 것에 대한 지원은 계속하겠다”며 “이는 사회 안정이나 정치적으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계층의 빚만 더 늘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이들에 대한 지원을) 갑자기 끊으면 정치·사회 문제가 되기 때문에 경기를 띄우고 구조 개혁을 해 생산성을 높여 (이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중장기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 이어 전종무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파트너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내부통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주제 강연에서 금융 당국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책무구조도’와 관련한 해외 사례와 국내 적용 방안을 발표했다. 전 파트너는 “금융기관 임원의 책무구조도는 임원별 내부통제 책무를 정의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며 “금융 사고로부터 임직원을 보호하고 ‘경영진의 의지’를 통한 내부통제 강화로 연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