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090430)이 친환경 플라스틱 패키지를 개발하기 위해 LG화학(051910)과 손을 잡았다. LG화학이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해 공급하면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 포장재 등에 적용하는 식이다. 이번 계약은 이례적으로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의 모태기업과 전격적인 협업이라는 점에서 친환경 경영에 대한 아모레퍼시픽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은 LG화학과 ‘지속 가능한 친환경 패키지 소재 개발 및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양사는 16일 서울시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MOU 체결식을 진행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협약을 통해 화장품과 생활용품 포장재 제조 과정에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을 늘리고, 다양한 지속 가능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양사는 구체적으로 ‘탄소 저감 플라스틱 소재 및 신제품 개발, 플라스틱 재활용 협업 모델 구축, 소비자 친화적 친환경 제품 개발, 친환경 원료 적용 제품 확대’ 등을 위해 협력한다. LG화학이 재활용·열분해유·바이오 기반 플라스틱 원료를 공급하면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및 생활용품 포장재에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아모레퍼시픽의 미장센 제품 용기에 기계적 재활용 플라스틱(PCR)인 재활용 폴리에틸렌(PE) 적용을 시작으로 바이오 원료, 열분해유 기반의 플라스틱 등 친환경 소재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급-수거-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순환 모델도 구축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30년여 전부터 ‘태평양 그린 운동’으로 플라스틱 감축에 힘써오고 있다. 당시 태평양은 ‘환경 무한책임주의’를 내세우며 폐자원 재사용, 폐기물 감량, 재자원화를 약속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대한화장품협회는 지난 2021년 로레알코리아,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 LG생활건강과 함께 2030년까지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100% 없애고, 석유기반 플라스틱 사용을 30% 줄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보고서에서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포장재 비율을 47.1%까지 끌어올렸고, 바이오 플라스틱 비율 7.2%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협약은 이례적으로 경쟁사였던 LG화학과 손잡았다는 점에서 서 회장의 플라스틱 감축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LG생활건강은 2001년 LG화학 법인 분할에 따라 현재의 LG생활건강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LG화학은 친환경 플라스틱 관련 기술에 강점이 있어 MOU를 체결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