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 이를 통해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같은 필수진료 과목의 인력 수급이 어려워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고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다만 증원된 인력들이 피부과·성형외과 등 소위 돈이 되는 진료 과목으로 다시 쏠릴 수 있고 수도권으로 복귀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지역의사제’ 도입 등의 ‘방파제’와 함께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 혁신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을 재차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일정과 규모는 발표하지 않았다. 당초 1000명 이상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큰 틀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방향을 명시하고 세부 사안은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와 추가 논의를 한 뒤 결정하겠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파격적인 규모로 의대 정원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에 의료계는 총파업 등 강경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정부는 의료계와 구체적인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두고 줄다리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정부는 지역의료 인력 확충에도 나선다. 지역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지역에 남아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또한 제시했다. 현재 40%인 의대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정확한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복지부는 최대 50%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들의 지역 근무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 수가 개선에도 나선다. 내년부터 필수의료 지원 대책과 관련된 정책 수가를 시행하는 동시에 지역 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지역 수가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전공의들이 지역·필수의료 분야를 경험할 수 있도록 비수도권 지역의 수련병원에 전체 전공의 정원의 50%를 의무 배정하기로 했다. 필수진료과의 수련 비용은 국가에서 일부 지원한다. 고난도, 위험 부담이 큰 수술을 많이 하는 필수의료 의사가 의료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민형사상 부담도 낮출 예정이다. 현재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을 국가가 70% 분담하지만 향후 정부가 전부 책임지기로 했다. 환자 보상금 한도도 올릴 방침이다.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분야를 살리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 및 각종 인센티브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여전히 수도권 쏠림 현상과 성형외과·피부과 등 이른바 돈이 되는 진료 과목으로 전공의들의 이탈이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에 따르면 흉부외과 전공의가 중도에 전공을 포기하는 비율은 2018년 6.3%에서 지난해 24.1%로 크게 늘었다. 산부인과는 같은 기간 5.8%에서 18.5%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소아청소년과는 5.6%에서 6.7%로 소폭 늘었다. 반면 인기과인 피부과의 경우 같은 기간 1.2%에서 0%, 성형외과는 4.5%에서 2.8%로 줄어들며 대비되는 양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과 확대와 함께 별도의 파격적인 인센티브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정현 KDI 연구위원은 “수익이 높은 미용 의료 분야의 수익을 낮추면 의사들이 일반 의료 체계로 넘어올 수 있다”며 “비침습 레이저 시술 등은 미국에서 간호사에게 권한을 주거나 교육을 통해 자격증을 준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처럼 (비급여) 시장 수익을 낮추고 일반 의료 체계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별전형으로 입학부터 해당 지역에 몇 년간 복무하도록 하는 전형을 통해 ‘지역의무복무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본인이 근무지를 택하게 할 경우 여전히 기피 지역이 생기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배치와 명령에 따르는 의사들에게는 신분 보장과 ‘상당한 수준의 연금’ 등이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