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고사 위기 놓인 '시장조성자 제도'

성채윤 투자증권부 기자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수익성은 거의 없는데 욕만 먹으니 증권사들이 나설 유인이 없습니다. 그저 한국거래소가 하라고 하니까 눈치 보며 하는 거죠.”

최근 기자가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거래소 시장조성자 업무를 관두는 이유에 대해 묻자 한 증권사 담당자는 이처럼 답했다. 시장조성자는 거래소가 지정한 증권사들이 매매 부진 종목에 대해 매도·매수 호가를 내며 원활한 거래를 돕는 제도로 2016년 도입됐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거래를 활발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특히 유용한 제도로 꼽힌다.



문제는 약세장을 맞은 현시점에 시장조성자 제도가 고사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낮은 사업 수익성과 까다로운 규제 탓에 증권사들이 줄줄이 업무를 관두고 있다. 2021년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 시장 각각 14곳이었던 시장 조성 참여 증권사는 현재 코스피·코스닥 각각 6곳으로 줄었다. 증권사들의 시장 조성 업무 의무 충족 비율도 지난해 4분기에는 1개사를 제외하고 모두 90%를 넘었는데 올 3분기에는 코스피 62.79%, 코스닥 54.70%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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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21년 9월 금융감독원이 시장조성자 9곳에 대해 시세조종, 시장 교란 혐의로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린 사건이 증권사들의 참여 의지를 크게 꺾은 계기가 됐다. 인건비, 시스템 유지비 지출에 비해 거래소에서 받는 수수료 등이 턱없이 적다는 점도 걸림돌이 됐다. 민간기업인 증권사 입장에서는 시장조성자 업무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당국의 해석에 따라 범법 행위자가 될 수 있는 규제 리스크가 더 크게 다가온 셈이다.

줄어든 세제 혜택도 증권사들의 부담을 늘렸다. 정부는 2016년부터 시장 조성 활동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증권거래세 면제 혜택을 부여했다가 지난해부터 시가총액 1조 원 이상, 회전율 상위 50% 이상 종목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재 국내시장 조성 종목이 전체 상장주식의 30%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결정은 거래 활성화 취지에 맞지 않는다. 미국은 전 종목을, 독일·영국 등은 전체 종목의 80~90%를 세제 혜택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시장조성자에 대한 면세 혜택 확대는 증시 하락기 유동성 공급으로 이어져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 거래가 늘어나면 세수 확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금융 당국과 거래소는 시장조성자에 대해 현실적인 인센티브를 늘리는 방향으로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성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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