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국을 살린 거인 덩샤오핑. 세계는 처음 그의 개혁개방 정책을 보고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한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정치 체제를 고수하면서 경제적 측면에서는 자본주의를 적극 받아들이는 모순된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당시 덩샤오핑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에게 ‘2년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2년 후, 더이상 누구도 덩샤오핑의 정책을 비꼬지 않았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은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2013년부터 10년 째 중국을 이끌고 있는 시진핑은 덩샤오핑과 반대로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을 한다’는 말을 듣는다. 중국 일자리의 80%를 차지하는 민영기업은 시진핑 시대를 지나며 퇴조, 아니 소멸하고 있다. 시진핑은 일찍이 각 성(省)의 업적을 해당 성의 GDP 증가율로 평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공산당을 지키고 자신의 장기 집권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가 아닌 정치를 으뜸으로 삼겠다는 것. 시진핑 이전에 등장해 세계 IT와 유통 업계의 중심으로 우뚝 선 중국의 거대 민영 기업들은 퇴조하기 시작했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중국 정부와는 연애만 하고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로 민영기업은 시진핑 시대에 그저 국영기업을 키우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시진핑이 이처럼 지난 40여 년간 고도성장한 중국 경제에 브레이크를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1988년 서울올림픽 중국 선수단 취재를 시작으로 중국과 인연을 맺은 ‘중국 전문가’인 저자는 ‘시진핑이 두 개의 야망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내적 야망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 중국몽(中國夢)이라는 야망이고, 대외적 야망은 인류 운명 공동체 건설이다. 그럴듯 하지만 두 가지 야망 모두 ‘시진핑 장기집권’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한다. 그는 2018년 헌법을 수정해 국가 주석의 임기 제한을 없앴고, 중·고교의 모든 교과서에 ‘시진핑 사상’을 녹여 넣었다. 국영기업이 약진하고 민영기업이 퇴조하는 ‘국진민퇴’의 시대 역시 민생과 경제를 손에 넣고 통제해야 반대파의 목소리를 제어할 수 있다는 시진핑의 권력을 향한 야망의 결과다.
시진핑은 2027년 네 번째 총서기에 도전할까. 저자는 이에 대해 ‘그리 어려운 질문이 아니다’라고 답한다. 무조건 그렇게 된다는 것. 시진핑을 이을 후계자는 전혀 보이지 않으며, 20년이 아니라 25년도 집권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사실상 1인 독재 국가가 되는 셈이다.중국이 앞으로도 계속 시진핑 시대를 이어간다면 정치, 경제 모든 면에서 중국을 가장 중요한 나라 중 하나로 염두에 두는 우리나라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우리 사회는 최근 반중(反中)이 시대정신이라도 된 듯 중국에 대한 반감이 높다. 하지만 그것은 감정이다. 정부, 중국과 거래하는 기업, 그리고 중국을 알아야 하는 독자들이라면 앞으로도 계속될 시진핑의 시대를 탐구하고 그가 세계의 ‘1인 독재 비난’을 어떻게 풀어갈 지 객관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