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수원 제1야외음악당.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10월 어느 멋진 날, 도지사와 함께하는 맞손토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민선 8기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취임 2년차를 맞아 김 지사가 도민에게 직접 그동안의 도정 성과를 설명하고 도의 미래상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
오후 3시30분께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행사장 입구에 도착한 김 지사는 입장을 기다리는 도민들에게 일일이 행사의 의미를 설명하고 셀카 촬영에 응하는 등 이날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약 2만3000㎡(7000여평)에 이르는 야외음악당의 잔디밭과 고정석에는 영상 15도 안팎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전 신청한 7000여명의 도민이 중앙무대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자리했다.
식전 무대의 시작은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전문연주단체 드림위드앙상블이 알렸다. 장애에 굴하지 않고 독창적인 연주실력을 발휘한 드림위드앙상블는 행사에 깊이를 더했다.
하늘소리합창단, 성악가 우재기, 주민자치문화경연대회 대상팀인 안산악동클럽의 공연으로 한껏 달궈진 행사는 김 지사가 무대에 오르며 본격화됐다.
김 지사는 “초심을 잃지 않고 처음 뵀을 때와 똑같은 마음을 갖겠다. 제가 한 약속 지키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그러기 위해서 도민 여러분과 소통하고 싶다. 오늘처럼 이렇게 맞손으로 만나는 기회를 1년 내내 만들고 싶고, 뵙고 싶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도지사에게 바란다' 소망함 뽑기를 통해 올라온 각종 민원에 즉답하면서 토크쇼를 진행했다.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해달라’는 MZ세대의 부탁에는 도가 시행중인 예술인 기회소득의 수혜자들이 현재 진행하는 음악, 도예 행사 등을 안내했다. ESG협동조합을 설립해 제품을 판매한다는 사업가가 판로개척의 어려움을 토로하자 “ESG경영을 실천하는 도가 되겠다”며 지원을 약속했다.
즉석 민원에도 화답했다. 옛 경기도청 인근 고등동에 거주하는 여성 이종희씨가 “경기도 구청사가 광교로 이전하면서 고등동 매산동에는 청소년시설이 없다”며 “청소년복합시설이 들어섰으면 한다”고 토로하자 “도청 이전 후 상권이 어렵다고 해서 그 일대를 사회혁신기업과 일부 공공기관이 들어서도록 하고 있고, 일부는 돌봄, 그리고 청소년 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준비중”이라고 답했다.
도민들은 김 지사와 RE100, 기회소득, 투자유치 등 민선 8기 6개 역점사업의 궁금증을 OX퀴즈로 함께 풀어보았다. 정답보다 오답이 많을 경우에는 김 지사가 해당의 사업의 취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 이해를 도왔다. 김 지사는 6개 퀴즈를 모두 맞힌 3명을 일일이 호명하며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가 돋보인 것은 야외콘서트장을 연상케 하는 자유분방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가을 소풍을 나선 이들처럼 나들이옷 차림으로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편히 앉아 행사를 즐겼다. 갓난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온 젊은 부부와 산책 나온 듯 한 운동복 차림의 노부부가 뒤섞여 있었다. 자기 집 안방에 있는 것처럼 드러누워 지사의 말에 호응하며 박수를 보내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도민들은 ‘정치행사의 성격을 띠었지만 도지사와 시민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진행이 좋다’고 만족감을 내보였다.
수원시 권선구에 산다는 이경화(45·여)씨는 17세 딸과 두 살 된 수컷 반려견 베들링턴테리어를 산책시키다가 맞손토크를 즐겼다. 사전신청 없이 음악소리에 이끌려 몰래 잠입(?)했다는 그는 “정치행사는 자기들끼리의 행사로 아는데 우리처럼 산책 왔다가 자연스럽게 오는 행사도 바람직한 것 같다”며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웰시코기 두 마리를 품에 안고 OX퀴즈에 몰두하던 김창민(46)씨는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채였다. 부인 김담희(42)씨와 김 지사의 동물정책에 논의하던 그는 “수원에 사는데 반려견을 데리고 와도 좋다고 공지를 보고 왔다. 이런 딱딱하지 않은 형식이 좋다”며 “개인적으로 이렇게 편한 장소에서 정책을 얘기하니 좋다”고 말했다.
군포에서 아내와 함께 온 천모(55)씨는 “김동연 도지사에 할 말이 있다. 아파트에 거주한 지 10년 이상 됐다”며 “우리 같은 사람은 평생 작은 아파트에 살다가 좀 넓은 곳으로 이사하려고 해도 청약에서 뒤로 밀린다. 이런 것을 도지사가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는 정치고, 문화공연은 문화공연이라고 따로 생각했는데 함께 어울리는 이런 소통행사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3시간 동안 진행된 맞손토크는 박정현, 다비치의 축하공연, 애드벌룬 영상쇼 등을 끝으로 이날 오후 6시30분께 마침표를 찍었다. 도에 따르면 쌀쌀한 날씨 탓에 현장에 오지 못한 도민 수천 명이 실시간 유튜브 방송을 통해 행사를 지켜봤다. OX퀴즈에는 OR코드 인증을 통해 1만2000여명이 실시간으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