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자살 예방을 위한 신고·상담 전화번호가 ‘109’로 통합된다.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범죄신고 번호 ‘112’처럼 간단하고 기억하기 쉬운 ‘세 자릿수 통합번호’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정부 정책에 반영됐다.
국민통합위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을 통해 이러한 정책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자살예방 정책을, 과기정통부는 번호자원 정책을 주관하는 부처다.
그동안 자살 신고·상담 전화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생명의전화 1588-9191△청소년전화 1388△청소년모바일상담 1661-5004△보건복지상담센터 129△여성긴급전화 1366△국방헬프콜 1303 등 기관별로 혼재돼 있었다.
국민통합위는 “자살예방 관련 상담번호가 여러 개로 분산돼 있어 긴박한 순간에 바로 떠올리기 어려웠다”며 “특히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의 인지도 및 응대율이 낮아 접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통합위가 참고한 미국은 정신건강 응급 전화번호를 ‘988’로 통합한 후 상담 응답률은 33% 개선됐으며 대기시간도 75% 단축됐다.
새롭게 도입되는 109는 ‘한 명의 생명도(1), 자살 제로(0), 구하자(9)’라는 의미다. ‘119’처럼 자살이 구조가 필요한 긴급 상황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게 국민통합위 설명이다.
김한길 국민통합위 위원장은 “자살예방 상담 통합번호는 자살을 생각하는 혼돈과 고통의 과정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실효적인 정책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살예방 상담 통합번호가 조속한 시일 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시스템 전환, 인력 확충 등 필요한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새 번호 안내와 홍보에도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도 “자살예방 상담 통합번호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긴밀한 협의를 통해 사전에 번호 부여를 완료하고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는 자살 관련 사건 기사에 삽입되는 ‘안내 문구’도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로 변경된다.
한편 김한길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부 언론 등에서 말하는 신당 창당은 생각해본 일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자살예방 관련 상담번호 통합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비명계를 아우르는 제3지대에 관해 어떤 입장인지’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 저는 정치를 떠나 있는 사람이다“며 ”지금은 제가 맡고 있는 국민통합위 일에 전념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