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총리를 맡고 있는 모하메드 빈 살만 알 사우디 왕세자가 방한한지 11개월만에 윤 대통령이 사우디를 국빈 방문한 것을 계기로양국 정부가 한-사우디 협력 방안을 총망라한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성명에는 경제 협력뿐 아니라 정치·국제사회문제 등 다양한 현안들이 모두 포함돼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 문제 등 굵직한 국제 문제에 대한 양국의 목소리도 명시될 것으로 전망돼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양국 방산 협력에 관련된 문구도 공동성명에 반영될 예정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을 실현하는데 있어 사우디는 지정학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긴밀한 협력 파트너”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차장은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과 국빈오찬을 함께하며 양국 협력 사안을 서로 잘 챙기기로 약속했다”며 “이를 제2의 중동특수를 일으켜 우리 경제를 살리고 국익외교에 매진하는 대통령의 행보로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차장에 따르면 한국과 사우디 정부는 현재 ‘한-사우디 공동성명’ 문안 막판 조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공동성명은 이르면 현지시간으로 22일 주요 순방 경제 일정이 마무리된 뒤 공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공동성명에는 지난 50년간의 양국 경제협력 역사를 평가하는 내용은 물론 국제 현안에 대한 양국의 목소리도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북한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도 언급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대한민국의 유일한 동맹인 미국은 상대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데 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 지지를 공식화한 상황이어서 양측의 입장이 미묘하게 갈린다. 그간 우리나라는 중동 지역 분쟁에 대해서는 한 발 떨어져 직접적인 의견 표출을 자제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 착안해 원론적인 메시지가 담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대규모 방산 계약도 성사 막바지 단계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상황을 고려했을대 인접국인 사우디가 방산 계약을 구체화하기 쉽지 않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진전된 셈이다. 김 차장은 “방위 산업은 사우디와의 협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대공 방어체게와 화력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가 막바지 단계”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우리의 우수한 방산기술이 적용된 무기체계가 사우디의 국방역량 강화에 도움되도록 협력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 방산수출 성과를 확대하는 데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 방산 수출 실적을 달성한 이후 세계 곳곳에서 우리 무기체계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중동순방을 계기로 우리 방산수출시장의 외연을 확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인 수출 품목과 액수 등은 마지막까지 공개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품목과 액수 등이 공개되면 (사우디의 적대국들이) 어떤 무기 체계를 얼마나 구입했는지 다 파악하게 된다”며 “계약이 성사 단계이고 규모와 액수가 상당히 큰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자가 함께한 국빈 오찬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인 3명이 동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빈 오찬에 경제인이 함께한 것은 관례상 좀처럼 없던 일”이라며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 총수들이 사우디 측 장관 및 국부펀드 운영 책임자들과 서로 옆자리 앉아 식사를 하며 대화를 하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정부간 공식 오찬 자리에 경제인을 초청한 것 자체가 사우디 측의 대(對)한국 경제협력 의지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