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과 관련해 업무에 대한 질책을 한 게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는 고용노동부 지청이 내린 개선 지도 결정과는 정반대되는 내용이다.
24일 법원과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9일 쿠팡 인천 물류센터의 현장 관리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 경고 및 부당 분리 조치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가 물류센터 무기계약직 근로자 B씨를 상대로 한 발언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아 징계와 분리 조치가 부당하다는 취지다.
B씨는 2021년 초 노조 설립을 논의하는 밴드 단체 대화방에 가입한 뒤 상·하차 공정 관리자 A씨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신고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쿠팡 물류센터를 관리하는 곳이다. “밴드에서 봈는데 쿠키런(노조설립 밴드 이름) 활동을 하고 있고, 조끼를 입고 근무하고 싶어 하던데 그런 활동을 하려면 모범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A씨 발언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게 B씨 주장이다. 하지만 사측은 자체 조사 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B씨는 같은 해 5월 중순 노동부 인천북부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후 5개월 뒤인 10월 노동부 인천북부지청은 “노조 활동과 관련해 업무 지적을 한 질책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며 B씨 손을 들어줬다. 사측은 노동부 인천북부지청의 개선 지도에 따라 A씨에게 서면 경고 처분과 함께 B씨와 근무 공간을 분리하는 조치를 내렸다. A씨는 해당 조치가 부당하다고 지방노동위·중앙노동위에 구제 신청에 이어 재심 신청까지 했으나 기각 당하자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 발언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업무상 적정 범위를 초과해 B씨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B씨의 불성실한 업무처리로 동료 직원들 사이에서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에 B씨가 현장 관리자로서 근무 질서 유지 차원에서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발언이 일회적으로 이뤄졌기에 반(反) 노동 조합적 의사에 기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측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이번 계기로 노조의 일방적인 허위 주장으로 가려졌던 중요한 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노조의 악의적인 허위 주장에 억울하게 피해보는 이들이 없도록 직원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