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시세조종(주가조작)으로 1년 동안 주가가 12배나 급등했지만 영풍제지(006740)에 대한 기업 분석 보고서를 단 한 건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 집계에 따르면 영풍제지는 1996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후 현재까지 관련 증권사 애널리스트 분석 보고서는 0건이었다. 기업 분석·평가 전문 기관인 NICE평가정보가 올해 9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술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지만 이마저도 투자 의견이나 적정 주가를 기재하지는 않았다.
영풍제지가 별다른 호재 없이 지난해 11월 1일부터 이달 17일까지 1117.6%(약 12배) 폭등하는 동안 일반 투자자들은 정보 공백 속에 ‘깜깜이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영풍제지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1월 초 2188억 원에 그쳤지만 올 들어서는 2조 원을 훌쩍 넘겼다.
영풍제지의 주가수익비율(PER)도 현재 584.48배로 한솔제지(10.85배), 아세아제지(4.08배), 신대양제지(4.45배) 등 동종 업계 상장사들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영풍제지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12.04배로 동종 업계의 PBR(0.3~0.4배)과 비교할 때 과도하게 높다.
증권사의 종목 보고서는 회사의 실적과 업종 전망 등에 대한 분석과 함께 PER·PBR 등의 지표를 기초로 ‘목표(적정) 주가’를 제시해 투자자들이 종목을 고를 때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증권 업계는 영풍제지처럼 오랫동안 분석 보고서가 발간되지 않은 종목은 풍문이나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일방적 주장에 주가가 크게 출렁이고 나아가 주가 조작 세력의 타깃이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최장 나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8개 종목 중 4개 사(대성홀딩스(016710)·세방·선광(003100)·다우데이타(032190))는 최근 4년 동안 애널리스트의 기업 분석 보고서가 나오지 않았다. 6월 중순 무더기 하한가를 맞은 5개 종목(동일산업(004890)·동일금속(109860)·방림(003610)·대한방직(001070)·만호제강(001080)) 역시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2020년 초부터 3년여 동안 증권사 보고서가 단 하나도 발간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3월부터 ‘증권사 리포트 관행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애널리스트 성과 평가, 독립 리서치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