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인 인센티브가 관건입니다”.
14일 일본 아이치현에서 열린 ‘인디펜던트에이징(INAGE) 2023’에 서울경제신문과 동행한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과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시니어 시장 창출·육성의 키워드를 이같이 지목했다. 기업의 창의적인 기술과 서비스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인센티브를 활용한 정부의 지원이 필수라는 것이다.
“기술력은 한국 기업들이 우월하다”는 것이 이날 전시 부스를 둘러본 홍 상임위원과 허 원장의 공통된 평가다. 홍 상임위원은 허 원장과의 즉석 대담에서 “일본에는 시니어 산업과 관련해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가 나와 있지만 정부 인증을 받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 틈을 한국 기업들이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INAGE 전시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로봇 등을 활용한 고령자 제품 및 서비스가 중심이 됐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비용 문제가 시장 확대의 걸림돌이었지만 앞으로는 급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들이다.
다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 육성을 도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 상임위원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확산되려면 건강보험 적용 추진이나 보조금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특히 노화 예방 기술·서비스가 고령자 건강을 개선하고 결과적으로 의료비 절감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손해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도적 의무화가 시장 확대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사례로 직장 건강보험 의무화 이후 빠르게 성장한 국내 건강검진 시장을 지목했다.
이러한 시니어 시장 육성의 전제 조건은 안정적인 고령자 일자리와 소득인 만큼 홍 상임위원과 허 원장의 화제는 다시 일자리로 이어졌다. 허 원장은 “일본 기업들의 사례에서 보듯 고령 직원이 젊은 직원들에게 전수해줄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이 많다”며 “예를 들어 1960~1970년대에 사회기반시설 구축에 참여했던 고령자들이 보수 작업에 참여해 젊은 엔지니어들과 협업하면 더 완전한 작업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에서 훨씬 창의적인 사례를 고안할 수 있을 것이고 정부는 마중물 역할을 고민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상임위원 역시 “정부가 마중물을 마련하되 점점 별도의 유도 체계 없이 기업이 자발적으로 고령자를 고용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고령 직원도 청년과 다름없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이에 허 원장은 “경험이 풍부한 고령 직원들이 더 일할 수 있는 방안을 경영자들도 치열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인구구조 전환기에 옛날 방식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 상임위원은 고령사회 대응의 세 가지 키워드로 지속 가능성, 유연성, 다양성을 꼽으며 대담을 마무리 지었다. 지속 가능성은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역할이 중요하고, 민간에서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려면 기존 칸막이식 규제를 바꿔야 유연하게 고령사회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성은 앞으로 등장할 고령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의미한다. 홍 상임위원은 “건강 상태, 사회경제적 상황 등이 각자 다른 고령자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공공보다 유연한 민간의 역할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나고야=유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