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노조 회계 공시 요구에 노동 탄압이라며 반발하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정부 정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양대 노총의 ‘회계 성역’이 깨진 것이자 노조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한 첫걸음을 뗀 셈이다. 민주노총은 24일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해 회계 공시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노총도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에 회계 결산 결과를 등록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노조의 회계 공시를 전제로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달 시행되자 세제 혜택 제외로 인한 조합원들의 이탈을 우려해 뒤늦게 기존 태도를 뒤집은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깜깜이 회계’는 강성 파업 등과 함께 거대 노조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양대 노총은 지난 5년간 정부와 광역자치단체 등으로부터 1520억여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하지만 거대 노조는 그동안 노조비 등에 대한 회계 자료 공개 및 비치를 의무화한 노조법을 지키지 않았다. 양대 노총은 조합원 1000명 이상을 둔 노조가 회계 자료를 공시하지 않으면 노조원의 노조비 납부액 세액공제를 제외하는 관련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노조 탄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거대 노조가 법 위에 군림하면서 특권만을 앞세우는 기득권 집단이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양대 노총의 회계 공시는 법치 확립을 통한 정상화 과정의 시작일 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0.8%는 과도한 근로 면제 시간 등 불합리한 노동 관행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노동계는 시대 변화에 맞춰 산업 현장의 잘못된 노사 관행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거대 노조는 파업을 남발해 시민들의 발을 묶어선 안 된다는 서울지하철 MZ노조(올바른노조)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산업 현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건전한 노사 관계를 구축해야 기업과 노조의 상생이 가능하다. 정부도 회계 투명성 강화 조치를 법과 원칙에 맞게 시행해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와 근로시간 개편, 이중구조 개선 등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