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말투가 어눌한데?" 전화기 너머 단골 환자 목소리…'이 병' 잡았다[건강 팁]

■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

뇌졸중, 한해 13만~15만 명 발생…뇌경색이 80% 차지

뇌경색 골든타임 4.5시간…1분에 뇌세포 200만 개 손상

의심 증상 발생하면 즉각 119 통해 뇌졸중센터 방문해야

가능한 빠르게 뇌졸중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평소 뇌졸중 의심 증상을 숙지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이미지투데이가능한 빠르게 뇌졸중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평소 뇌졸중 의심 증상을 숙지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이미지투데이




"환자 분 말투가 평소 같지 않아요. "



사소한 뇌졸중 전조증상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신고한 시민과 소방관의 신속한 대응으로 60대 뇌출혈 환자가 생명을 구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세종시 소재의 한 치과병원에 근무하는 오윤미(35) 씨. 오 씨는 지난 19일 오전 10시께 예약 환자와 통화 도중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평소와 다르게 환자의 말투가 어눌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상황이 예사롭지 않음을 직감한 오씨는 즉각 119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119종합상황실 구급상황관리요원 최소영(30) 소방교는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한 끝에 겨우 연결이 닿았다. 그러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건 간헐적인 신음소리 뿐.

최 소방교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증 환자임을 인지하고, 즉시 구급대와 펌프차가 동시에 출동하는 '펌뷸런스' 지령을 내렸다.

소방본부는 이동전화 위치정보 조회를 통해 환자의 위치를 특정했다. 추가 소방력을 동원해 주변을 수색한 끝에 컨테이너에 기대어 앉아있던 환자를 발견했다. 당시 환자는 편마비 증세와 함께 의식이 저하된 상태였다. 뇌졸중 척도 검사를 통해 뇌졸중 의심반응을 확인한 구급대원들은 환자를 신속히 인근 센터로 이송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뇌졸중 전조증상을 숙지하고 있던 시민과 소방관의 적극적인 합동작전이 위급한 상황에 놓였던 생명을 살린 것이다.

뇌졸중은 국내 사망 원인 4위를 차지하는 질환이다. 한해 13만~15만 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할 정도로 흔하지만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에 대표적인 필수 중증 응급질환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뇌졸중 진료 인원은 63만 4177명으로 연평균 1.7%씩 증가하고 있다. 60대 이상의 환자가 84.6%를 차지할 정도로 노인 환자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뇌졸중 진료비는 2조 5000억 원에 달했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은 2025년 고령인구 비중이 20.6%까지 높아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뇌졸중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부담은 더욱 증가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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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은 크게 뇌혈관의 폐색, 쉽게 말해 뇌혈관이 갑자기 혈전 등으로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과 뇌혈관의 파열, 즉 뇌혈관이 갑자기 터지는 뇌출혈로 나뉜다. 전체 뇌졸중의 80%가 뇌경색, 나머지가 뇌출혈이다. 뇌출혈은 혈관이 파열되는 위치에 따라 대뇌출혈, 지주막하출혈 등으로 구분한다. 갑작스럽게 뇌혈관 문제가 발생하는 초응급질환이기 때문에 신속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후유장애를 남길 수 있다. 뇌졸중 발생 시 골든타임 내 치료가 강조되는 이유다. 뇌경색과 뇌출혈 모두 빠르게 진단하고 치료해야 하지만 골든타임 사수는 특히 뇌경색에서 중요하다. 뇌는 뇌혈관에서 공급하는 산소와 영양분으로 유지되는 기관이다. 뇌혈관이 막혀 혈액 공급이 되지 않으면 1분에 200만 개의 뇌세포가 손상된다. 뇌경색의 경우 증상 발생 4.5시간 이내에 정맥 내 혈전용해제를 투약하는 게 원칙이다. 대뇌의 큰 혈관이 막혔다면 가능한 빨리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시행해야 한다. 1분이라도 빨리 치료를 받을수록 더 많은 뇌조직을 살리고 후유장애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뇌졸중 의심 증상은 '이웃, 손, 발, 시선'으로 기억하면 쉽다. 사진 제공=대한뇌졸중학회뇌졸중 의심 증상은 '이웃, 손, 발, 시선'으로 기억하면 쉽다. 사진 제공=대한뇌졸중학회


가능한 빠르게 뇌졸중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평소에 뇌졸중 증상을 잘 알고 기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졸중 의심 증상은 '이웃, 손, 발, 시선'으로 기억하면 쉽다. '이웃, 손, 발, 시선'은 △이~하고 웃지 못하는 경우(안면마비) △두 손을 앞으로 뻗지 못하거나 한쪽 팔, 다리에 힘이 더 없는 경우(편측마비)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실어증 증상이 있는 경우(구음장애 및 실어증)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안구편위)의 약자다.

현장 경험을 돌아보면 해당 증상이 뇌졸중의 첫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거의 90% 정도 된다. 따라서 갑자기 이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의심되면 즉시 119를 통해 뇌졸중센터를 방문해야 한다. 언급된 증상 외에도 △심한 어지럼증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감각 저하 △하나의 물건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등의 증상이 갑자기 생겼다면 뇌졸중이 원인일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으로는 뇌경색과 뇌출혈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즉각 뇌졸중센터를 찾아 전문의에게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실제 뇌졸중 증상 발생 3시간 이내 뇌졸중센터를 방문하는 경우는 30% 정도에 불과하다. 병원 방문이 늦어진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증상이 경미한 경우 호전되기를 기다리다가 악화되어 방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뇌졸중 치료가 어려운 병원을 먼저 방문했다가 전원 되느라 골든타임을 놓치기도 한다. 뇌졸중이 의심되면 119 신고 후 ‘무조건 빨리’ 병원에 와야 한다고 강조하는 건 그런 사례를 수없이 지켜봤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뇌졸중학회가 인증한 뇌졸중센터는 재관류 치료센터(73곳)와 일차뇌졸중센터(10곳)를 포함해 전국에 총 83곳으로 학회 홈페이지에서 병원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10월 29일은 세계뇌졸중기구가 지정한 ‘세계 뇌졸중의 날’ 이다. 1998년 창립한 대한뇌졸중학회는 뇌졸중 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표준진료지침을 만드는 등 뇌졸중과 관련된 진료, 교육, 연구, 정책, 홍보 등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뇌졸중은 1차 예방, 급성기 치료, 2차 예방이 모두 중요하다. 뇌졸중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방세동, 음주, 흡연과 같은 위험인자를 조절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뇌졸중 증상을 미리 숙지해 뒀다가 의심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뇌졸중센터를 방문해 초급성기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 이후에도 위험인자 관리와 함께 항혈전제를 꾸준히 복용하며 뇌졸중의 2차 예방에 힘쓰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대병원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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