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외교 수장이 26~27일(현지 시간) 이례적으로 이틀 연속 만나 양국 관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회담을 통해 미중 갈등 구도의 즉각적인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양측이 관계 악화를 막을 제한적 협력 사안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워싱턴DC를 방문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에 앞서 “왕 부장과 건설적 대화를 매우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왕 부장은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오해와 오판을 막고, 끊임없이 공동 인식을 확대하고 호혜적 협력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의 이번 미국 방문은 향후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의 사전 작업을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다음 달 11~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별도의 회담을 갖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이 성사되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1년 만이다. 왕 부장은 27일 오전에도 블링컨 장관과 회담을 했으며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도 만났다. 왕 부장이 바이든 대통령을 예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한 입장 확인과 조율 방안이 핵심 의제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이 이란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해 중동 확전을 막는 데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해왔다. 한편 중국은 중동에서의 휴전 필요성을 강조하고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대이란 군사 지원에 문제를 제기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양측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와 이에 맞선 중국의 전략 광물 수출통제를 비롯해 대만 및 북한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번 회담에서 양측 간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안전장치(가드레일)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갔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두 개의 전쟁에 간접 관여하는 부담을 안고 있으며 중국은 부진한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안정적 대외 관계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우선순위는 양국 간 치열한 무역 경쟁을 포함해 많은 문제들에 대한 이견이 충돌로 비화되는 것을 막는 데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