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여야 간 거친 공방 속에 막을 내렸다. 총선을 5개월가량 앞두고 기존 논란을 되풀이하는 등 ‘맹탕 국감’으로 종료됐다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여야는 국회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27일 기획재정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 등 8개 상임위에서 종합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국감에서도 여야는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고(故) 채 상병 사건 수사 개입 의혹,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 쟁점 현안에 대해 설전을 벌이며 날을 세웠다.
국토교통부를 대상으로 한 국토위 국정감사에서는 야당 간사인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 장관은 양평고속도로 의혹 제기를 ‘날파리 선동’으로 비하하는 등 국회를 무시해왔다”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원 장관은 “단 하나의 근거도 없이 지엽적 사안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것은 ‘타진요’를 생각나게 한다”고 맞받아쳤다. ‘타진요’는 힙합 가수 타블로의 고학력 의심 등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뜻하는 말이다.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여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를, 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각각 겨냥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9·19 합의 채택 이후 북한의 도발 사례를 거론하면서 “북한이 이렇게 합의를 위반하는 동안 전직 장관은 왜 발표를 안 했느냐”며 “감사원 감사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뉴스와 병사 사망 뉴스가 있다면 부모에게는 어느 것이 더 무서운 뉴스겠냐”고 지적했다.
2주간 이어진 치열한 공방에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국정감사를 놓고 “속 빈 강정”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따져볼 국정 사안이 수두룩했지만 정작 국회에서 이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고 여야 간 불필요한 정쟁만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특히 야당으로서는 현 정권을 대상으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 만한 사안이 많았지만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관심이 그쪽에 쏠려 시작부터 생산성이 떨어지는 국감이었다”며 “국감에서 치밀한 조사와 명백한 증거를 토대로 문제를 제기하고 발전적 대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