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0·29 이태원 참사 1주년을 맞아 유족을 위로하고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특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피해자 추모 현장을 찾아 시민들과 만났다.
여야가 이날 오후 방문한 곳은 유족 측의 주최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도대회’ 현장이었다. 이 자리에는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여당에서는 당초 지도부가 추모대회에 참석하는 방안도 저울질됐으나 주요 인사가 개인 자격으로 방문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그중에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인요한 위원장과 김경진·박소연·이소희 위원이 있었다. 당의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등도 개인 자격으로 동참했다. 같은 당의 이준석 전 대표와 허은아 의원,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참석했지만 별도의 자리에서 추모대회를 지켜봤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홍익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당 소속 국회의원 다수가 참석했다. 또 다른 야당에서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 등이 공식 참석자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현장 추모사를 통해 “권력은 오로지 진상 은폐에만 급급하고 참사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며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는 오늘 이 자리조차 끝끝내 외면했다”고 밝혔다. 이어 “반성하지 않는 마음, 책임지지 않는 태도가 오송 참사, 해병대원 사망이라는 또 다른 비극을 낳았다”고 주장한 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신속한 통과로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참사 유족 및 추모객들의 여론을 계기로 정부 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야당과 달리 여당 인사들은 조용하고 차분하게 행사에 임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추모대회 현장에서 이 대표와 만나 악수를 하고 가벼운 대화를 나눴으나 정치 현안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언급은 삼갔다. 여당 측 참석자들은 행사 도중 일부 유족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으나 맞대응은 자제했다.
한편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대협의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더 긴밀히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국가 안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정부를 겨냥하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책임진 사람은 없다”며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