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슬라 주가가 전기차 업황 악화로 5개월 만에 200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국내 2차전지 관련주들도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테슬라 쇼크’에 2차전지 주요 10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4조 원 가까이 증발해 코스피지수도 연저점에 근접했다. 의류주 등 일부 업종만 계절성 호재로 반등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이날 1만 9500원(4.81%) 내린 38만 5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52주 신저가로 시총이 하루 동안 4조 5630억 원 줄었다. 52주 신저가로 떨어진 2차전지주는 LG에너지솔루션뿐만이 아니다. SK이노베이션(096770)과 엘앤에프(066970)도 각각 2.94%, 8.36% 급락해 최근 1년간 가장 낮은 주가를 기록했다.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5.77%)와 삼성SDI(006400)(-4.64%), 포스코퓨처엠(003670)(-7.44%), LG화학(051910)(-1.57%), 에코프로비엠(247540)(-7.45%), 에코프로(086520)(-6.34%), 금양(001570)(-8.16%) 등 대다수의 2차전지 종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코스피·코스닥 합산 상위 10개 2차전지주의 시총만 13조 9485억 원이 사라졌다. 주요 2차전지 종목이 포함된 KRX2차전지K-뉴딜지수와 KRX전기차톱(Top)15지수도 각각 5.52%, 3.86% 내렸다.
2차전지 업체들의 주가 하락은 전날 밤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가 5개월 만에 100달러대로 주저앉으면서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30일(현지 시간) 4.79% 하락한 197.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배터리 공급 업체인 파나소닉이 일본 내 생산을 대폭 줄일 것이라고 밝힌 것이 악재가 됐다.
2차전지 테마주가 대거 추락하면서 코스피지수도 이날 32.56포인트(1.41%) 하락한 2277.99에 장을 마쳤다. 3거래일 만에 2300선이 다시 깨진 것이다. 올해 연중 최저점인 1월 3일의 2218.68에 59.31포인트 차이로 다가섰다. 코스닥도 2.78% 급락한 736.10에 거래를 끝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각각 3280억 원, 691억 원씩 순매도한 가운데 개인만 341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네이버(NAVER(035420))만 0.70% 오르고 나머지 기업들은 하락했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은 1530억 원, 1158억 원씩 동반 매도 우위를 보였다.
하락장에서 의류주는 연말 쇼핑 시즌 특수 기대에 상승세를 기록했다. 한세실업(105630)이 9.07% 오른 2만 2850원에 거래를 마쳤고 감성코퍼레이션(036620)(8.42%), 영원무역(111770)(5.23%), LF(093050)(1.90%) 등이 강세를 보여 섬유·의복 업종이 0.78% 상승했다. 11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에서 이들이 실적을 추가할 수 있다는 예상이 주가에 반영됐다.
이와 함께 연말 배당 시즌을 앞두고 고배당주로 분류되는 은행·보험주도 오름세를 보였다. KB금융(105560)과 신한지주(055550)·기업은행(024110)이 각각 0.78%, 1.91%, 0.27% 상승했고 삼성생명(032830)(0.84%), 삼성화재(000810)(2.38%), DB손해보험(005830)(1.50%), 롯데손해보험(000400)(1.70%) 등이 올랐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닝 쇼크를 발표하는 기업이 나타나고 이에 대한 실망감은 곧장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강하게 작용해 시장 전반적으로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조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