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가상자산 기업이 장외거래(OTC)를 중단한 가운데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활로를 열어 웹3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법인은 가상자산 OTC는 물론이고 장내거래에도 어려움이 있어 시장 진입 장벽이 높다는 설명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해치랩스는 최근 OTC를 중단했다. 해치랩스 관계자는 “지갑 사업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OTC를 멈췄다”고 설명했다. 주로 기관 고객을 상대하는 하이퍼리즘도 OTC를 접었다. 오상록 하이퍼리즘 대표는 “하이퍼리즘은 본래 투자 회사였고, 지금이 투자하기 좋은 시기라 생각해 OTC를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OTC는 업비트, 빗썸 등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장외’에서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대규모 물량을 거래해야 하는 기관 입장에선 거래소를 이용하기 부담스럽다. 거래소에 한꺼번에 매수 혹은 매도 물량이 쏟아질 경우 급격한 가격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 원하는 물량을 제때 거래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이에 해외에선 기관 수요를 타깃해 가상자산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해 매칭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OTC 사업이 발달했다. 코인베이스 프라임, 팔콘엑스, 크라켄 등이 OTC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만약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기 위해 BTC를 대량 매입해야 한다면 장내·장외거래를 조합해 최적의 가격대로 물량을 찾아주는 전문 브로커리지 기업도 등장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OTC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해외처럼 법인 간 가상자산 거래를 ‘중개’한다면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등록을 해야 한다. 특히 원화로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행위를 중개할 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으로 간주된다. 이에 국내에선 알음알음 수요자를 찾아 중고거래하듯 OTC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당근마켓에서 직접 매물을 올리고 수요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거래 상대방과 각자 자본을 가진 채로 서로 가격을 협의해 P2P 중고거래 형태로 거래를 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체불가토큰(NFT) 등을 발행하며 이 시장에 진출한 많은 기업이 가상자산 거래에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고객 대신 NFT 발행 수수료를 내기 위해 이더리움(ETH)이나 폴리곤(MATIC)을 구매해야 하는데, 법인은 이조차도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전했다. 법인이 가상자산을 현금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국내 법인이 장내거래를 이용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빗썸, 코인원, 고팍스는 법인의 신규 가입이 막혀 있다. 코빗과 업비트는 가입은 가능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원화 거래가 불가능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OTC는 규모가 큰 거래를 하는 개인·법인이 블록딜로 거래하는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하다”면서 “그런데 국내는 일단 법인의 장내거래도 안 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웹3 산업 성장을 위해선 장내거래를 허용하고 해외처럼 OTC 산업이 클 수 있도록 장려해 법인이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