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기업결합의 분수령이 되는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에 대한 이사회는 입장 차이만 더 벌어지며 합병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1월 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화물 사업 매각 안건이 통과되지 않으면 양 사의 기업결합은 무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예상과 달리 매우 길어지는 양 사 기업결합 문제에 아시아나의 내재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임직원들도 갈수록 지쳐가는 상황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전일 열린 아시아나 이사회에서는 8시간에 가까운 격론에도 이사진 간 의견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는 것만 확인하고 종료됐다. 이사회 사정을 잘 아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 구성에 문제점이 있고 이 같은 부분들에 대한 입장 차이가 매우 컸다”고 말했다.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자 아시아나 사외이사의 자격 여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실제 이사회에서 나온 것이다. 윤 이사가 소속된 김앤장은 대한항공 합병 관련 자문을 해왔는데 이에 대해 이해 충돌 문제가 있는지 논란이 있었던 것이다. 윤 이사는 공교롭게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합병 심사가 본격 시작된 올 3월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아시아나 정관에도 “이사회 결의에 관해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나와 있다.
8시간 가까운 마라톤 회의에서 화물 사업 매각이 배임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밖에 이사들이 화물 사업을 매각하면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수많은 질의를 이어가 이날 오후 9시를 넘어가도 회의가 끝나지 않았다. 이사들은 화물 사업 매각이 주주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으며 구조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논쟁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시아나는 특정 이사의 이해 상충 논란은 없다고 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사외이사 임명 전 법무법인에서 사외이사 적격 여부를 확인했다”며 “화물 사업 매각이 포함된 시정 조치안에 대해서도 법무법인의 의견을 통해 사외이사 이해 상충에 대한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얘기하는 진광호 이사에 대한 사임 압박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다음 이사회는 11월 2일 오후 2시 서울 모처에서 열릴 예정이다. EC에 시정조치안을 내놓아야 하는 대한항공도 당황스러운 분위기다. 결국 이날 EC에 제출하기로 한 조치안은 길면 1주일 더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시정조치안은 EC 측에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재검토할 계획”이라며 “아시아나 이사회에서 안건이 승인되면 구체적인 사안을 공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올 3분기께 가시화될 것으로 보였던 양 사 기업결합 완료가 내년으로 넘어가는 게 유력해진 것이다. 2019년 7월 아시아나 매각 공고 이후 4년이 넘는 합병 작업 동안 아시아나 자체 경쟁력이 급속도로 하락하고 임직원들 사기도 땅에 떨어진 상태다.
아시아나의 9월 국제선 수송 실적을 보면 78만 8000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9월 대비 28%나 하락했다. 반면 합병과 무관하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아시아나를 따돌리기 직전이다. 제주항공은 9월 국제선 수송만 63만 8000명을 하며 같은 기간 4.5% 하락하는 데 그쳤다. 티웨이항공은 무려 44% 증가한 47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투자가 중단된 아시아나 11개 화물기의 평균 기령은 27년으로 화물 사업 역시 경쟁력이 떨어진다. 대한항공의 평균 기령은 11년이다.
아시아나 직원들은 4년째 불안에 떨고 있다. 아시아나 경영관리부의 한 직원은 “수년간 투자도, 신규 인원 충원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회사의 앞날이 걱정”이라며 하루 빨리 결정되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