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제사 문화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는 성인 열 명 중 여섯 명이 제사를 지내고 있지만 제사를 계속할 의향이 있는 이들은 네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사 음식과 형식을 간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성균관 역시 현대 사회에 맞는 새로운 권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30일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례 문화 관련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5.9%가 앞으로 제사를 지낼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제사를 지낼 계획이 있다는 답변은 44.1%를 기록했다.
현재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답한 이들이 62.2%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제사를 이어가는 이들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들은 '간소화하거나 가족 모임 같은 형태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41.2%)는 것을 제사를 지내지 않으려는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시대의 변화로 더는 제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27.8%로 그 뒤를 이었다. '종교적 이유나 신념'을 이유로 든 응답자는 13.7%였다.
제사를 계속하려는 이들은 '조상을 기리기 위해서'(42.4%), '가족들과의 교류를 위해서'(23.4%), '부모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서'(15.9%), '전통 유지'(10.0%) 등의 이유를 꼽았다.
제사 과정에서 가장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응답자들은 제수 음식의 간소화(25.0%)를 지목했다. 이어 형식의 간소화(19.9%), 남녀 공동 참여(17.7%),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제사(17.2%), 제사 시간 변경(5.3%) 등의 순이었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이런 조사 결과 및 현대 사회의 특성 등을 고려해 '현대화 제사 권고안'을 내달 2일 발표할 예정이다. 부모나 조상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기일제'(忌日祭)에 관한 제안을 담는다.
제사 음식을 간소화하고 가풍·지역 특성·제사의 형식·형편에 따라 달리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평상시의 반상 음식으로 자연스럽게 준비하고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을 올릴 수 있도록 안내한다. 권고에는 가족이 합의하면 초저녁에 제사를 지내도 된다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성균관은 이번 권고가 일반 가정을 위한 것이며 유림의 제사와는 구분한다는 방침이다.
성균관은 불천위(不遷位·큰 공훈을 세워 영구히 사당에 모시는 것을 나라에서 허락한 사람의 신위)를 모시고 지내는 제례에 대해서는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존할 것을 당국에 건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