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원에 달하는 코인 사기 혐의로 다시 재판에 넘겨진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 측이 1일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날 오전 10시 40분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당우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사기·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 첫 공판에서 이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전적으로 부인한다"고 말했다. 다만 변호인은 사건 기록이 방대해 아직 검토를 마치지 못했다며 증거 등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유보했다. 이씨와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동생 이희문씨 측도 마찬가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달 4일 구속기소된 이들 형제는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피카(PICA)를 비롯해 코인 3종목을 발행·상장한 뒤 허위·과장 홍보와 시세조종 등을 거쳐 코인을 고가에 팔아 총 897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2021년 2∼4월 코인 판매대금으로 받은 비트코인 약 412.12개(당시 270억원 상당)를 코인 발행재단으로 반환하지 않고 유용한 혐의도 있다.
이씨는 앞선 주식 사기로 징역 3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2019년부터 코인 발행업체를 차명으로 설립하고 동생과 직원 김모씨 등을 통해 회사를 경영, 코인의 발행·유통·상장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석방 후인 2020년 3월부터는 직접 스캠코인(사기 가상화폐) 3개를 추가로 발행·유통해 총 7개 스캠 코인을 위탁 발행·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최근 이 사건을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피카코인 발행사 대표 송 모 씨, 성 모 씨 등 2명의 사기 사건에 병합한 상태다. 검찰은 이씨 형제가 피카프로젝트 경영진의 범행에 가담해 사업 수익을 나눠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0일 공판을 열고 혐의·증거 등에 대한 이들의 구체적 의견을 듣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