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예산안을 삭감했다. 세수 감소 여파로 약 1조5000억 원이나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 맸다.
서울시는 1일 내년도 예산안으로 전년 대비 1조 4675억 원(-3.1%)이 감소한 45조 7230억 원을 편성해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내년 예산안은 △약자와의 동행 △안전한 서울 △매력적인 서울 등 서울이 ‘동행·매력 특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중점사항에 집중 투자하는 방향으로 편성했다.
특히 예산 총액이 줄었음에도 양극화 해소와 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을 위한 ‘약자와의 동행’ 예산은 지난해 13조 2100억 원에서 올해 13조 5125억 원으로 3025억 원 늘렸다. 대표적으로 중위소득 50% 이하 위기가구(500가구)에 안심소득 총 56억 원을 신규 지원한다. 또 시민이 안심하는 안전한 서울에는 2조 1376억 원을, 창의와 혁신으로 매력적인 서울 분야에는 1조 272억 원을 투입한다. 내년 9월 운항을 목표로 하는 리버버스 선착장 조성과 기반시설 확충에 208억 원을 책정했다.
전년 대비 증액규모가 가장 큰 분야는 ‘사회복지’ 분야로 기준중위소득 증가에 따른 복지급여 인상, 부모급여 확대 등으로 4025억 원(2.5%) 늘었다. 코로나 종식에 따라 ‘문화관광’ 분야는 244억 원(2.9%), 지역상생발전기금 출연 등으로 인해 ‘일반행정’ 분야도 203억 원(2.0%) 증가했다.
반면, 가장 크게 감액된 분야는 ‘도로교통’이다. 교통요금 인상에 따른 수입 상승을 고려해 대중교통 재정지원이 축소됐고 별내·진접 동북선 철도건설 사업 공정을 고려한 실소요액 반영, 운수업계 유가보조금 감소 등으로 전년 대비 11.8%(3088억 원) 줄었다. 도시재생 재구조화 등으로 ‘도시계획·주택정비’ 역시 전년 대비 794억 원(-18.2%) 줄었다.
13년 만에 예산을 감축하게 된 주 요인은 세입 감소다. 세입예산의 경우 시세는 기업실적 둔화와 부동산 경기 하향으로 올해 대비 6465억원 줄어든 24조 2353억 원으로 추계했다. 세외수입은 4조 4668억 원, 국고보조금 및 지방교부세는 8조 8515억 원이다. 재정 상황이 어렵지만 지방채는 2024년 상환예정액인 1조 6908억 원과 동일한 규모로 발행, 총 채무가 늘어나지 않도록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한다.
서울시는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 낭비적 지출 요인을 조정하고 예산집행 효율을 극대화해 약 1조 9330억 원 규모의 재원을 절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제 디테일을 챙기면서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타이밍에 안타깝게도 세수 감소라는 암초를 만났다"면서 "재정 형편이 좋지 않아 초기에 세운 건설 사업에 드는 돈을 줄일 수밖에 없고, 시설물 투자도 과감하게 줄일 건 줄이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예산 감소에 교부금 축소까지 재정악화 이중고에 직면한 서울시교육청도 내년 예산을 올해 대비 13% 줄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2023년도 예산보다 1조7310억 원 감소한 11조1605억 원 규모의 2024년도 예산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보통교부금 등 중앙정부이전수입이 올해 대비 6341억 원, 서울시법정전입금 등 지방자치단체이전수입이 999억 원 감소한 여파다.
다만 교원 교육활동 보호, 미래교육디지털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 디지털교과서 개발 및 스마트기기(디벗) 보급을 위해 학교운영비는 올해 대비 5.8%(550억 원) 증액했다. 재원은 통합교육재정안정화기금으로 3300억 원을 세입으로 편성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축소된 예산 상황에서도 교육 주체 간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 조성과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교육혁신을 위해 선제적·적극적 재정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