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잘 잡아서 개인적인 승리만 위해 뛰는 것보다 수도권 전체에 (국민의힘에 대한 유권자 지지의) 붐업을 일으켜 같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게 필요한 시기죠.”
‘수도권 험지 출마론’에 불을 지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서 서울시에 나오겠다고 한 것은 다 같이 살아보자는 결심이 섰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3선을 이뤄낸 하 의원은 지난달 8일 ‘서울 출마’를 깜짝 선언한 뒤 30일에는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불러 모아 현장의 고충을 나누는 ‘창구 역할’을 자처했다.
새로운 둥지를 튼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지역구를 묻는 질문에 하 의원은 “아직 염두에 둔 곳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혼자 지역구를 찾아다니는 게 큰 의미가 없는 시기”라며 “개인 플레이보다는 당내 공감대를 넓히고 팀플레이를 하는 데 주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원외 당협과의 간담회를 주선한 것도 ‘집단지성’을 발휘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침체된 당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일환이다.
간담회에서는 정부와 당 지도부를 향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하 의원은 “수도권 민심이 앞선 대선과 지방선거 때와 너무나도 다르니 그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찾기 위한 자리였는데 위원장들의 생각이 대체로 비슷했다”며 “수직적 당정 관계, 중도 지지층 상실, 이념적인 국정운영 등 우려했던 부분을 확인한 시간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이 풀어내야 할 핵심 과제로 당내 ‘주류·비주류’의 화합을 꼽았다. 수직적 당정 관계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비윤계를 아우르는 탕평책으로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친윤계의 일방주의를 폐기하고 비윤계와의 협력 노선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정부가 먼저 나서 변화의 신호와 메시지를 보여주고 당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으로 대표 되는 비윤과 손잡고 그 사람들에게도 역할과 지분을 줘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도 우리 당의 비주류를 껴안고 손잡는 모습을 보이는 게 부정적인 민심을 바꾸기 위한 중요 요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 쇄신을 위해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원회’을 향해서는 “(여당의 그간 행보를 되짚어보는) 대국민 반성문을 쓰시라”고 제안했다. 하 의원은 “(우리 당이) 근본적인 반성만 하더라도 여당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며 “중도와 청년 지지층 등 대선 때 지지했다가 떠난 사람들은 아직 정부 여당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종합적인 반성문을 만들어 대안을 내세우는 게 혁신위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당 지도부와 혁신위에 향해 “힘을 합쳐서 심기일전해 이기는 길을 갈지, 아니면 관성에 빠져 다 같이 몰락할지 당이 갈림길에 섰다”며 “지금 수도권 분위기를 일신하지 않으면 더 어려워질 수 있으니 신속히 큰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