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지난주 북한 소형 목선의 동해 북방한계선(NLL) 월선을 탐지하지 못했는데도 NLL 남하 이후 목선을 식별, 추적한 부대와 장병을 대거 포상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실패한 경계 작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되레 이를 치적으로 포장하려는 황당한 행보라는 지적이다.
합동참모본부는 1일 ‘북한 소형 선박 관련 포상’에 대한 언론 문의에 “우리 군은 10월 24일 동해상 북한 소형 목선을 식별하고 조치하는 데 기여한 부대와 유공자를 포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합참은 북한 소형 목선을 최초 식별하고 추적 및 감시하는 등 작전에 기여한 부대와 인원을 선정해 4개 부대와 15명의 장병에 대해 표창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4일 북한 주민 4명이 목선을 타고 귀순했을 당시 군 당국은 목선의 NLL 월선을 식별하지도 못했다. 고속정과 해상초계기를 띄우고도 찾지 못했다. 오히려 조업 중이던 어민이 해경에 신고한 후에야 함정과 해상초계기를 현장에 파견해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군은 목선이 NLL을 넘어온 이후 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로 탐지한 부대와 장병을 포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동해 NLL 인근 해안 감시를 담당하는 사단은 국방장관 부대 표창을 받게 됐고, 해안 담당 여단과 부대, 함대사령부는 합참의장 표창을 받는다.
또 레이더 운용 부사관 등 장병 3명은 국방장관 표창, TOD 운용병 등 12명은 합참의장 표창을 받게 됐다. 유관기관 소속 2명 역시 합참의장이 겸임하는 통합방위본부장 표창을 받고, 어민 2명은 통합방위본부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군 당국은 동해 NLL은 400㎞가 넘어 소형 목선의 NLL 월선을 모두 탐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데 어려운 작전 환경에서도 NLL을 남하한 목선을 식별, 추적한 것은 해당 부대와 장병이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며 포상 이유를 설명했다.
해안 담당 대대장인 이청용 중령은 “미상 물체를 최초 식별한 이후에 작전수행절차에 따라 조치가 이뤄졌다”며 “이는 평상시에 상황조치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한 결과"라며 "(북한 목선을) 신고해 주신 어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합참의장 후보자, 경계 실패 두둔발언 부적절”
그러나 군의 이 같은 포상 계획 발표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장 지난달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간의 신고 이후 군이 현장에 전력을 보냈고 북한 목선이 NLL을 넘어오는 것을 포착하지 못했다”며 “경계작전의 완전한 실패를 성공한 작전으로 둔갑시킨 희대의 사건”이라며 ‘실패한 경계작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비판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군이 성공한 작전으로 포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김승겸 전 합참의장은 국정감사에서 “작전요원들이 책임과 역할을 다한 성공적 작전”이라며 병사들 포상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김명수 합참의장 후보자(해군 대장)도 합참 청사로 첫 출근길에 “(경계작전에 성공했다는) 합참 발표가 아주 잘 됐다고 본다”며 “작전의 전반적인 것을 다 공개할 수는 없다. 공개 자체가 저희에게 취약점이 될 수 있다”며 경계실패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군 안팎에선 이번 발탁 직전까지 해군작전사령관으로 근무한 김 후보자가 북한 목선의 NLL 월선을 또 다시 허용하고도 경계 실패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후보자는 앞서 2019년 해군 1함대사령관 시절 이른바 ‘삼척항 노크 귀순(북한 어선의 삼척항 무단 입항)’ 당시 경계실패 책임으로 징계(견책)를 받기도 했다. 당시 김 후보자는 군의 징계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군은 징계 결정을 확정했다. 군 소식통은 “일각에선 김 후보자가 잇단 경계작전 실패에도 승승장구한 데 대한 문제 의식까지 제기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는 “당시 목선의 해상 귀순 과정에서 NLL 월선을 놓치고, 어민 신고 뒤에야 함정과 초계기 등을 현장에 파견하는 등 경계 작전에서 실패 측면이 많다”며 “이례적으로 포상부대와 포상자를 공개하는 등 성공한 작전이었다는 점을 부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