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성은이 1년 10개월 만에 신보 '별을 따라가면 네게 닿을 수 있을까(이하 '별.따.네')로 컴백한다. 잔잔한 선율과 풍성한 현악기가 주를 이루는 켈틱 팝(Celtic Pop)' 장르의 곡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거친 세상을 헤쳐나가자는 동화적인 가사가 돋보인다.
"멜로디만 들어도 서사가 있는 듯한 음악이에요. 가사를 동화적으로 써서 몽환적인 느낌이 날 수 있게 했죠.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를 쓴 건 '별.따.네'가 처음이에요."
뮤직비디오도 동화의 한 편을 담아낸 듯 아기자기한 느낌이 강하다. 유성은은 마치 마법의 성에 갇힌 공주처럼 가녀린 감성을 표현하다가도, 직접 왕자를 만나러 나서는 진취적인 에너지도 표현한다.
"곡이 디즈니 음악 같기도 하고, 동화스러워서, 현실적인 가사를 썼다가 조금 동화적으로 바꿨어요. 조규찬 선배님의 '마지막 돈키호테'를 보면 공주를 구하러 가는 느낌이잖아요. 그렇지만 요즘에는 성에서 가만히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보다,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며 왕자를 만나러 가는 공주의 모습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거든요."
유성은은 소탈하고 긍정적이지만 MBTI로 따지면 '파워 S'의 성향이다. 상상이 어렵고, 이성으로 이해되지 않으면 애정도 생기지 않는다고. 그런 그가 어떻게 동화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소화할 수 있었을까. 남편인 긱스 멤버 루이에게 답이 있었다.
"남편이 작사에 대한 명강의를 해줬죠. 저는 MBTI가 S(직관형)인데, 남편은 N(감각형)이에요. 상상력이 뛰어나요. 같이 살다 보니 남편이 저에게 상상력을 주입한 거 같아요, 하하."
그러면서 '곡의 내용처럼 본인이 진취적이고 행동하는 공주라고 생각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지금 남편에게 물어보겠다'며 핸드폰을 들었다. 이후 루이에게 온 답은, '응, 너 나 좋아하니까'. 유성은은 호쾌하게 웃으며 '사이가 좋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남편이 워낙 착해요. 말 하는게 예뻐요. 평상시에는 제가 더 못되게 말해요. 경쟁심도 없어요. 남편이 더 많이 벌어오더라도 질투도 안 나요. 다만 음악적으로 작업을 같이 하면 싸우게 되는 부분도 있죠. 남편은 완벽주의자인데 제가 못 따라갈 때가 있거든요."
유성은은 지난 2012년 Mnet '보이스 코리아'에 출연하면서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이효리의 '텐미닛' 커버 무대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성은을 빛나게 해주는 라이브로 꼽힌다. 이후 유성은은 '비 오케이(Be OK)', '집으로 데려가 줘', '이대로 멈춰', '낫띵(Nothing) (Feat. 문별 of 마마무)', '질투', '도망가요' 등의 곡을 발매했다. 풍부한 감성과 울림을 가진 그의 보컬은 R&B 장르에서 빛을 발한다. 그러나 유성은은 지난 10년 간 '잘 하는 것'과 '대중이 좋아해주는 것' 사이에서 수없이 갈등하기도 했다.
"R&B를 좋아해서 오디션을 볼 때도 R&B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는데, 데뷔곡 '비 오케이'는 댄스곡이었단 말이죠. 저는 그때 아이돌 노래를 좋아했거든요, 하하. 반응도 좋았고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 하나의 색깔로 가지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음악을 한 거 같아요. 점점 사람들이 나에 대해 무엇을 기대할 지 헷갈렸고, 그러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거 해야지'라는 생각도 들고, 답이 안 나오는 고민이 많았죠."
해답은 스스로에 있었다. 최근 TR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한 유성은은 몸과 마음을 가다듬으며, 10년 간 자신이 불렀던 수많은 노래를 차근차근 다시 들어봤다. '중구난방'이라고 생각했던 디스코그래피에서도 유성은의 정체성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역시 R&B다.
"제일 잘 하는 건 역시 R&B같아요. 그래서 이번 곡도 발라드를 내더라도 R&B적인 요소가 무조건 있으면 좋겠다고 회사에 이야기했어요. 요새는 그런 가수가 많거든요. 권진아 선배님도 곡 분위기는 발라드 장르, 서정적이지만, 보컬은 R&B 감성이 있어요. 저도 그런 식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번 곡은 기존 유성은의 R&B 감성을 생각하면 다소 담백한 느낌이다. 유성은 곡 '마리화나', '지구로 데려가 줘' 등에서 허스키하고 섹시한, 이른바 '치명적인' R&B만의 진득한 감성을 표현하는 데 능하다. 그러나 이번 곡은 산뜻하고 듣기 편한 이지리스닝에 가깝다.
"목을 아끼려다 보니 소리가 조금 변한 것 같긴 해요. 이 노래는 '마리화나'를 쓴 이상윤 작곡가님이 쓴 곡인데요, 저에게 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말씀하시면서 이 곡을 주셨거든요. 스스로 목이 조금 약하다고 생각해요. 지치지 않고 오래 노래하려다 보니 조금 보컬이 얇아지긴 했죠. 이전 노래를 들으면 참 좋다고 느껴지지만, 지금의 저도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권진아를 비롯해 '롱 런'하는 여성 솔로 가수를 존경한다고 밝혔다. 그들처럼 지치지 않고 오래 노래하는 것이 유성은의 장기적인 목표다.
"평생 노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린 선배님이나 거미 선배님처럼요. 백지영 선배님은 유튜브도 하시고 예능도 하시지만 저는 입담이 없어서...하하. 린, 거미 선배님처럼 OST로도 활동하고, 콘서트 하면 여전히 많은 분이 와주시고, 앨범 기대해 주시고, 이런 가수가 되고 싶어요."
유성은의 신곡 '별.따.네'는 이날 정오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