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에 대거 투자한 후 20%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동결과 미 국채금리 하락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도 “언젠가는 떨어진다”는 생각에 물타기에 나선 개미들은 반색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추가 긴축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일 펀드평가사 KG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1일까지 국내에 상장된 미국 국채 10년과 30년 ETF 10종의 순자산이 7744억 원 증가했다. 특히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긴축 장기화 우려로 장기채 금리가 치솟던 최근 1달 사이에도 오히려 관련 ETF 순자산이 824억 원 늘었다. 국채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이는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물타기’를 한 결과다.
실제 개인들은 최근 3개월 간 ‘ACE 미국30년 국채액티브(H)’를 1160억 원어치 사들였고 ‘TIGER 미국채 30년 스트립액티브(합성H)’ 313억 원, ‘KODEX 미국채 울트라30년 선물(H)’ 233억 원가량 순매수했다. 개인 순매수액이 가장 큰 ACE 미국30년 국채액티브 ETF에는 연준의 11월 기준금리 동결 직후인 2일 하루에만 36억 5400만 원의 개인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11월 FOMC 이후 미 국채금리가 하향 안정화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일(현지 시간)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한때 연 4.71%까지 떨어졌다.
미국에 투자하는 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일 기준 최근 한 달 간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상품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 국채 3배(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S)’ ETF로 1억 2387만 달러(약 1664억 원)어치가 순매수됐다. 연초 이후로 따지면 순매수액이 10억 7919만 달러(약 1조 4498억 원)에 달한다. 국내외를 통틀어 개인들이 미국 장기채 관련 ETF에 2조 2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은 셈이다.
다만,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국내 상장된 미국채 30년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7.66%다. 최근 1개월 수익률이 -6.18%로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나마 미국채 10년 ETF는 연초 이후 1.55%로 플러스 전환했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11월 FOMC가 비둘기파(통화완화론자) 색채를 일부 보였던 건 사실이지만 금리인하까지 이어질지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잠재성장률에 대해 일시적으로 높아졌을 수 있다고 발언한 건 언제든지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라며 “점도표와 경제전망이 나오는 12월 FOMC 결과를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의) 고점을 본 것은 맞으나 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라며 “연준의 목적이 단순히 시중금리 하락이 아닌 긴축 효과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 만큼 매파적 기조는 다시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