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우크라와 전쟁중에…'핵무기 최다 보유' 러, 핵실험금지조약 비준 철회

푸틴, 조약 비준철회 법안 서명

처음 시사한 지 한 달만에 처리

철회 이유로 "미국과 동등한 조건"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2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철회하는 법안에 공식 서명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과의 대립을 심화하는 와중에 CTBT 비준을 철회함에 따라 소련 시절인 1990년 이후 30여 년 만에 다시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법령을 고지하는 홈페이지에 공지 사항을 올려 푸틴 대통령이 CTBT 비준 철회 법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법안이 즉시 발효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은 지난달 17일·18일 3차 독회에 걸쳐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상원도 지난달 25일 만장일치로 법안을 승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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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BT는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내용의 조약으로 1996년 9월 유엔총회에서 승인됐으나 미국·중국 등이 비준하지 않아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1996년 서명하고 2000년 비준한 조약의 비준을 철회한 이유로 미국과의 형평성을 내세운다. 미국은 1996년 CTBT에 서명만 했을 뿐 비준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5일 한 안보 포럼 연설에서 “원칙적으로는 미국이 조약에 서명은 하고 비준하지 않은 것과 똑같이 행동하는 게 가능하다”며 철회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CTBT 비준 철회가 미국과 동등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탄두를 보유한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 현재까지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서방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강대국 간 새로운 핵실험 경쟁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CTBT에 서명한 국가로서 먼저 핵실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미국이 먼저 핵실험을 한다면 러시아도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CTBT는 현재 핵보유국 혹은 개발 가능성이 있는 국가 44곳 중 8개국의 비준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외에도 이집트·이스라엘·이란·중국이 비준하지 않았고 인도·북한·파키스탄은 서명조차 하지 않았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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