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을 둔 사업장 10곳 중 약 6곳이 법정 한도보다 많은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를 적용하거나 노조에 직접 운영비를 지급하는 등 법 테두리를 벗어난 노조 운영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가 2일 발표한 ‘근로시간면제제도 운영 및 운영비 원조’ 기획 근로 감독 중간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점검한 사업장 62곳의 약 63%에 해당하는 39곳에서 위법 사항이 적발됐다.
한 공공 기관 자회사는 노조 활동만 하면서 회사 급여를 받는 노조 전임자 수를 최대 12명까지만 둘 수 있는데도 지난해에는 법정 한도의 10배가 넘는 125명, 올해도 111명에 타임오프를 적용했다. 타임오프제는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사측이 노조 전임자에게 근로시간을 면제해주는 제도로, 면제 시간과 인원의 한도는 조합원 수에 따라 정해진다. 편법으로 시간 한도를 약 1만 8000시간이나 초과한 공기업이 있는가 하면 노조위원장에게만 월급을 많이 준 회사도 있다. 모두 법을 위반한 부당 노동 행위다. 사측이 노조 전용차로 제네시스·그랜저 등 고급 승용차 10대를 지원하거나 1년 동안 노조 운영비로 10억 4000만 원 이상을 지급한 사례도 있다. 이 같은 지원도 노조의 자주성을 해치는 불법행위다.
기업이 강성 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부당한 혜택을 제공하고 노조는 사측의 묵인 아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일삼는 노사 담합은 법치주의 확립과 건전한 노사 관계 구축을 위해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관행이다. 윤석열 정부는 노조 회계 공시를 의무화하고 채용 강요 등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노조의 불법행위 단속에 적극 나서는 등 노동 개혁에서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불법행위 악습을 근절하고 노조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노사 관계를 정상화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게다가 노동 개혁의 핵심인 노동시장 유연화는 아직 첫발도 떼지 못한 상태다.
꺼져가는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되살리고 생산성을 제고하려면 일관된 의지로 노동 개혁을 추진하고 노사 협력 관계를 이끌어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불굴의 뚝심으로 산업 현장의 법치 확립과 노조 운영의 투명성 강화를 추진하고 더 나아가 근로시간 및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 고용 유연화 등 광범위한 노동 개혁에 본격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