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보험산업과 예보의 아름다운 동행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보험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1800년 무렵 고대 바빌론의 ‘함무라비 법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근대 보험 원리의 태동은 17세기 파스칼 등의 확률론 연구와 이후 발견된 ‘대수의 법칙’에 기인한다. 개별 사고 위험은 예측할 수 없지만 전체의 사고 위험 발생률은 일정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대수의 법칙을 기반으로 보험사는 미래 지급 보험금을 예측하고 이에 상응하는 보험료를 보험계약자에게 분담하도록 한 것이다.

보험사 부실 시 보험계약자를 보호하는 ‘예금보험’은 대수의 법칙에 의한 상업적인 보험과는 성격이 다르다. 일부 국가는 예금보험이라는 용어 대신 금융 서비스 계약 ‘보장’ 또는 ‘보상’이라 표현한다. 예를 들어 영국은 예금보험기구에 ‘금융서비스보상기구’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이러한 예금보험의 회계에는 일반 보험계약의 회계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국내 보험 산업은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 1301조 원으로 전 세계 7위 규모다.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큰 위기가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7개 보험사가 연쇄 부실화돼 보험 산업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그때 위기를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극복했다. 예보는 약 19조 원의 기금을 투입해 보험계약자를 보호했다. 이로 인해 보험 산업은 빠르게 신뢰를 회복,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험료 비중도 지난해 말 기준 세계 7위 수준(11.1%)에 이르렀다. 이처럼 예보는 위기 시 보험계약에 신뢰를 더해 보험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동행자 역할을 해왔다. 보험계약자보호기금이 1998년에 예금보험기금으로 통합된 이래 목표기금제가 2009년에 도입됐다. 2022년 말 기준 목표 적립률에 근접한 생보업권은 예보료의 70%를 감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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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으로부터 예보는 보험 산업의 동행자로 역할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 등은 예보의 보험사 구조조정 경험, 보험계약자 보호 운영 사례를 벤치마크하고 있으며 특히 대규모 보험사 구조조정을 앞둔 인도네시아는 올 8월 예보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통합예보제도 운영 노하우를 전수받기로 했다.

최근 보험 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구조적 변화에 직면했다. 외부 충격으로 인해 연쇄 부실화된 외환위기와 다르게 저성장·고령화 등으로 보험사 내부적으로 수익성과 건전성이 잠식되는 등 기초 체력이 저하되고 있다. 올해 도입된 국제보험회계기준과 신지급여력제도에 대한 적응도 새로운 도전 과제다.

또 급속한 고령화로 보험 소비자가 고령자 중심으로 변화되는 환경 아래에서 보험 가입자 보호도 정교하게 진화돼야 한다. 예보는 최근 사회보장적 성격이 강한 ‘사고보험금’에 대해 별도로 예금 보호 한도를 적용하기로 해 불의의 사고를 당한 예금자는 더욱 두텁게 보호받게 됐다.

국내 보험 산업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회색 코뿔소(예측 가능한 거대 리스크)의 존재가 우려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예보는 금융시장 위험 요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금 관리자로서 회색 코뿔소에 슬기롭게 대응할 수 있도록 보험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업권별 특성에 맞는 보험계약자 보호 제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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