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45초 안에 누구나 'GPT모델' 만든다…AI모델 사고 파는 마켓도 출시(르포)

오픈AI 첫 개발자 행사 '데브 데이' 가보니

맞춤형GPT 모델로 판 바꾼 오픈AI

챗봇 넘어서 무엇이든 만든다

가격 문턱 대폭 낮춰…속도는 그 다음

GPT4터보로 문맥 처리 16배 늘려

샘 울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6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SVN 웨스트에서 처음 개최한 오픈AI 개발자 행사 ‘데브 데이(Dev Day)’에서 앞으로의 비전을 언급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정혜진 특파원샘 울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6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SVN 웨스트에서 처음 개최한 오픈AI 개발자 행사 ‘데브 데이(Dev Day)’에서 앞으로의 비전을 언급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정혜진 특파원






“코딩 없이도 원하는 것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면 누구나 맞춤형 GPT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샘 울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6일(현지 시간) 오픈AI가 둥지를 튼 뒤 생성형 인공지능(AI)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대뇌 밸리(Cerebral Valley)’에서 불과 1km 남짓 떨어져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SVN 웨스트.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유서 깊은 거리인 마켓 스트리트와 반 네스 애비뉴가 만나는 사거리에 들어서자 때 아닌 긴 행렬이 보였다. 기존에 빅테크가 연례 개발자 회의 등 큰 행사를 개최하는 곳으로는 소마 지역에 있는 모스콘센터가 일순위로 꼽히지만 오픈AI가 과감히 무대를 옮긴 결과다. 라벤더 색의 표지판을 든 이들이 오픈AI의 첫 개발자 컨퍼런스인 ‘데브 데이(Dev Day)’로 향하는 길을 안내하고 개발자들은 저마다 스스럼 없이 인사를 나눴다. 전 세계 취재진 삼십여명과 개발자 수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기존의 대규모 컨퍼런스를 탈피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오픈AI 관계자는 “본사가 있는 미션 지역의 경제 생태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기존과 다른 장소를 선택했다”며 “특히 소규모로 깊게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신경썼다”고 언급했다.

오전 10시가 되자 무채색 상하의에 알록달록한 포인트 컬러가 있는 운동화를 신은 샘 울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무대 위에 섰다. 긴장 속에 입을 연 그는 “지난해 11월 30일 챗GPT를 처음 공개한 뒤 압축적이고 다이내믹한 시간을 보냈다”며 “200만명이 넘는 개발자들이 GPT모델을 기반으로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만들고 있고 포춘 500대 기업의 92%가 우리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AI모델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챗GPT를 이용하는 주간 활성 이용자 수(WAU)는 1억명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한때 뮤지컬 극장으로 쓰였던 컨퍼런스룸에서는 참가자들이 박수를 치거나 호응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메아리가 울렸다.

샘 울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6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SVN 웨스트에서 처음 개최한 오픈AI 개발자 행사 ‘데브 데이(Dev Day)’에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맞춤형 GPT 모델을 시연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정혜진 특파원샘 울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6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SVN 웨스트에서 처음 개최한 오픈AI 개발자 행사 ‘데브 데이(Dev Day)’에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맞춤형 GPT 모델을 시연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정혜진 특파원


샘 울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6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SVN 웨스트에서 처음 개최한 오픈AI 개발자 행사 ‘데브 데이(Dev Day)’에서 앞으로의 비전을 언급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정혜진 특파원샘 울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6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SVN 웨스트에서 처음 개최한 오픈AI 개발자 행사 ‘데브 데이(Dev Day)’에서 앞으로의 비전을 언급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정혜진 특파원


소규모 GPT 시대 열린다



이날 울트먼 CEO는 6장의 카드를 하나씩 공개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기능과 업데이트를 소개했다. 가장 관심을 모은 건 누구나 쉽게 제작할 수 있는 ‘맞춤형 GPT’ 모델이었다. 직접 시연에 나선 울트먼 CEO가 대화창에 ‘스타트업 창업자가 사업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더 빠르게 성장하고 싶은 스타트업에게 조언해주고 싶다’고 썼다. 그러자 ‘GPT 만들기(Building GPT)’ 봇은 이 프로그램의 이름을 스타트업 멘토링으로 하는 건 어떠냐며 아이디어를 내고 이에 맞는 프로필 이미지를 가져왔다. 알트만 CEO가 프로필 이미지가 맘에 든다고 하자 빌딩봇이 필요한 몇 가지 예시 질문을 던졌다. 이에 알트만 CEO가 자신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Y컴비네이터 의장을 맡던 시절 강연했던 자료를 업로드했다. 이 때까지 걸린 시간은 45초 남짓에 불과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업데이트된 챗봇에 ‘초기 스타트업이 인재를 뽑을 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무엇일까’를 물었다. 그러자 챗봇은 ‘똑똑함’ ‘조직문화와의 어울림(Fit)’ 등을 꼽았다. 이에 그는 “딱 내 생각”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뚜렷하게 원하는 쓰임이 있고 이것에 맞는 데이터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든 여러 쓰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챗봇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강연이나 발표 등 일회성으로 끝나거나 다시 재연될 수 없는 데이터도 문서화된 자료만 있으면 얼마든지 ‘N회차’ 활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관련기사



샘 울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6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SVN 웨스트에서 처음 개최한 오픈AI 개발자 행사 ‘데브 데이(Dev Day)’에서 취재진을 상대로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의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정혜진 특파원샘 울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6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SVN 웨스트에서 처음 개최한 오픈AI 개발자 행사 ‘데브 데이(Dev Day)’에서 취재진을 상대로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의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정혜진 특파원


속도보다 가격으로… 판 키웠다

두 번째로 호응을 얻은 부분은 가격 낮추기다. 오픈AI는 개발자들이 쓸 수 있는 가격과 처리 속도 사이에서 선택과 집중을 뚜렷하게 했다. 울트먼 CEO는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는 가격과 속도 두 가지 요소를 고려했을 때 가격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결정했다”며 “먼저 가격을 낮추고 그 다음에 속도 향상을 시도해 더 많은 이들이 챗GPT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새로 출시된 GPT4 터보의 경우 처리하는 토큰 당 발생하는 비용을 60% 이상 줄였다. 다만 처리할 수 있는 문맥을 대폭 늘렸다. 이전 버전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문맥의 토큰(최소한의 의미 단위)가 8000여개였다면 GPT4터보는 이를 12만8000개로 16배나 확대한 것이다.

여기에 울트먼 CEO는 비장의 카드를 내세웠다. GPT모델을 누구나 쉽게 사고 팔 수 있게 하는 마켓 플레이스인 ‘GPT 스토어’에 대한 구상을 내비친 것이다. 마켓 플레이스는 모바일 시대에 안드로이드, 애플 iOS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각각의 앱 마켓이 등장하면서 막대한 수익원을 가져다 준 무기로, AI시대에 이 시장을 오픈AI가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울트먼 CEO는 “장기적으로 특정 모델에 대해서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매출 분배’를 계획하고 있다”고 청사진을 소개했다.

샘 울트먼(왼쪽) 오픈AI 최고경영자와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가 6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SVN 웨스트에서 처음 개최한 오픈AI 개발자 행사 ‘데브 데이(Dev Day)’에서 취재진을 상대로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의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정혜진 특파원샘 울트먼(왼쪽) 오픈AI 최고경영자와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가 6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SVN 웨스트에서 처음 개최한 오픈AI 개발자 행사 ‘데브 데이(Dev Day)’에서 취재진을 상대로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의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정혜진 특파원


사티아 나델라 “30년 간의 인프라 비즈니스 바꿨다”

이날 행사에는 오픈AI의 최대 파트너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CEO도 모습을 드러냈다. 울트먼 CEO가 오픈AI와의 파트너십에 대한 소회를 묻자 나델라 CEO는 “지난 30년 간의 인프라 스트럭쳐 비즈니스를 완전히 바꿨다”며 “데이터가 학습되고 처리되는 방식부터 인프라까지 모든 것에 큰 영향을 줬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개발자를 위한 회사이자 파트너십을 위한 회사로서 일부 기업들만 쓸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급 API를 모든 개발자들이 쓸 수 있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 말미에 오픈AI는 특별한 프롬프트를 입력했다. ‘챗GPT에서 활용할 수 있는 500달러 크레딧을 줄 참가자들을 나열해봐’하자 창에 참가자들이 이름이 끝없이 올라갔다. 전 참가자를 대상으로 크레딧을 주기로 하자 행사장을 뒤흔드는 함성이 터졌다. 한 개발자는 “5만 개 이상의 토큰을 처리할 수 있는 금액”이라며 “여기에서 저마다 API를 하나씩 만들면 또 어마어마한 생태계가 확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