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원회의 7일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는 지난 4월 미국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을 놓고 ‘간첩’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에서는 용산경찰서의 ‘불송치’ 결정서를 인용하며 ‘사람에 의한 정보 누설이 일어났다면 큰 문제’라고 강조했고, 정부는 ‘경찰에 의견 표명을 한 사실이 없다’며 맞섰다.
이날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에 대한 용산경찰서의 불송치 결정서를 인용하며 ‘간첩’ 발언을 했다. 앞서 지난 8월 용산경찰서는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미국 정부당국을 도·감청 의혹으로 고발한 것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김 의원은 “결정서를 보면 대통령실은 NSC 회의 유출 등 미국의 도·감청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며 “시긴트(SIGINT·신호 정보)가 아닌, 휴민트(HUMINT·인간 정보)에 의한 것임에도 도감청에 의한 것으로 둔갑됐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오히려) 휴민트라면 사람에 의해 누설됐다는 것”이라며 “사람에 의해 (정보가) 흘러갔다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가의 주요 정책이 핵심적인 사람에 의해 다른 나라로 갔다는 것”이라며 “간첩 색출 작전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의 ‘간첩’ 발언이 나오자 여권 관계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경찰에 입장을 제출한 적이 없다”면서 “여기 앉아 있는 사람 중에 간첩이 있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성원 운영위원회 여당 간사는 “국가의 비밀이나 상황을 우리 주적인 북한에 몰래 알리는 것이 간첩”며 “대통령비서실에 간첩이 있다는 발언은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전주혜 의원도 “(김 의원은) 불송치결정서 하나로 휴민트가 대통령실에 있다고 단정하고 있다”며 “잘못된 단정에 근거해 대통령실 관계자들 중에 간첩이 있다는 말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여당 의원들의 반론이 이어지자 김병주 의원은 “휴민트에 의해 나가는 정보는 북한에 대한 것도 있지만, 중국·러시아·미국 등으로 우리 정보를 내보내는 것도 모두 간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맞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