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여파로 찬 바람이 불던 부산 신발제조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부산 대표 기능성 신발업체로 꼽히는 나르지오 워킹화가 초대형 물량을 위탁 주문(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하면서다.
7일 부산 신발제조업계에 따르면 나르지오 워킹화는 새롭게 개발한 2개 품목으로 이뤄진 11만 켤레를 지역 제조업체 1개사에 최근 주문했다. 통상적으로 기능성 신발업계에서 신규 출시하는 제품의 생산량은 한 품목당 많게는 3000켤레를 넘어서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첫 생산에서 11만 켤레를 주문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기획, 디자인, 자재, 금형 등 신발 제조공정에 참여하는 부산지역 협력업체가 40여 개를 웃돌아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나르지오 신발은 ‘메이드 인 부산’ 제품이다.
현재 나르지오는 11만 켤레 외에도 지역 신발 제조업체 5곳에 OEM 방식으로 제품을 발주하고 있다. 높은 신장세로 판매가 부쩍 늘어난 덕분에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 공급할 물량을 차질없이 맞추려는 취지에서다.
올해 6월까지 전국 매장의 총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0%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연간 매출 역시 전년도 보다 120% 이상 증가했다. 울산 태화점의 경우 최근 1년간 5000여 켤레를 판매해 매출액 12억 원을 달성하는 전례 없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올해 초 부산 하단점을 시작으로 최근 경북 영천점까지 전국적으로 16개소를 신규 개점했다. 이달 초 문을 열 경북 경산점을 포함하면 연말까지 4개소가 더 개점할 예정이어서 국내에만 130여 개의 대리점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뉴욕, LA, 애틀란타, 시카고 등에서도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 같은 추세를 미뤄볼 때 업계에서는 내년 한 해 생산할 나르지오 신발만 50만 켤레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나르지오의 고공행진은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및 내수부진 등의 이유로 경영 여건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본 업계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의 올해 4분기 부산 제조업 경기전망 조사에 따르면 신발제조업체들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경기전망지수 ‘67’을 기록해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판단한 중소기업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전망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호전, 미만이면 악화를 의미한다. 한 신발제조업체 관계자는 “이 같은 초대형 물량은 신발의 높은 인기와 판매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나르지오 신발 판매가 늘어나면 지역 신발제조업계 내 자본이 순환해 답답했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나르지오 신발은 앞뒤가 분리된 TWOSOLE(투쏠) 바닥창이 특징이다. 걸을 때 자연스럽게 신발이 발을 따라 움직여줘 걷기가 편하고 발목과 무릎관절에 부담을 덜어준다. 또 체중이 앞뒤로 분산되는 덕분에 운동량이 늘어나고 피로도가 감소한다고 나르지오는 설명했다. 임옥순 나르지오 회장은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지역 신발제조업체와 상생하는 기능성 신발 전문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