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日의 바라마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021년 취임 기자회견에서 분배를 중시하는 경제정책을 강조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양적 완화를 통한 성장 정책인 ‘아베노믹스’가 빈부 격차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였다. 이 같은 정책 발표로 취임 초 45%를 기록했던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아사히신문 여론조사 기준)은 한때 57%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경기 부진 속에 여러 악재들이 이어지면서 올해 8월 지지율은 37%로 주저앉았다.



급기야 기시다 총리는 2일 경기 부양을 위해 17조 엔(125조 원)대의 재정 투입을 골자로 한 경제 대책을 발표했다. 지지율 반등을 위한 승부수인 셈이다. 대책은 소득세(3만 엔)와 주민세(1만 엔)를 합해 1인당 4만 엔(약 36만 원)을 공제하는 정액 감세 내용 등을 담았다. 주민세를 내지 못하는 저소득 가구에 1인당 7만 엔(약 63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도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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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감세를 전면에 내세운 정책은 ‘바라마키’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바라마키는 ‘마구 뿌린다’는 뜻의 일본어로 퍼주기 포퓰리즘 정책을 의미한다. 일본 총리의 재임 기간은 지지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과거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는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지자 스스로 사퇴했다. 아소 다로 전 총리 역시 지지율이 20% 밑으로 추락하자 스스로 물러났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내각 지지율 30%대를 ‘위험 수준’, 20%대를 ‘퇴진 수준’으로 부른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바라마키 정책을 발표한 직후인 3~5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전달보다 4%포인트 내린 28.3%를 기록했다. 기시다 내각 출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우리나라의 여야 정치권도 퍼주기 역풍을 맞은 일본 정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무분별한 세금 감면과 돈 뿌리기 정책은 나랏빚을 늘려 외려 미래 세대에 더 큰 부담을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금은 포퓰리즘을 접고 구조 개혁과 경제 체질 강화에 주력할 때다.

김상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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