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 분야의 전설로 통하는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005930) 인공지능(AI) 포럼에 등장했다. 그는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중앙처리장치(CPU)와 AI 가속 칩에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된다”면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실력은 훌륭하다”고 밝혀 삼성전자와의 협력 확대를 시사했다.
켈러 CEO는 7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회 삼성 AI 포럼 2023’에서 현재 개발하고 있는 리스크파이브(RISC-V) CPU와 AI 가속 칩렛을 소개하면서 “HBM3가 탑재된 확장 가능한 시스템을 통해 강력한 AI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텐스토렌트는 캐나다에 본사를 둔 AI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시장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켈러 CEO의 발언은 삼성전자와의 협력 확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텐스토렌트는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AI 반도체 개발 협력을 시작했고 지난달 초에는 4㎚(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 기반의 차세대 AI 칩렛을 삼성전자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HBM 고객사에 첨단 패키지 기술, 파운드리까지 결합된 맞춤형 턴키(일괄 생산)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AI 칩과 HBM 등을 결합하는 칩렛 서비스를 텐스토렌트에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켈러 CEO는 “AI 칩에서 굉장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패키징”이라며 “여러 칩을 한 번에 결합해 고성능 반도체로 만들 수 있는 뛰어난 기술 발전이 이뤄졌고 패키징 솔루션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AI 칩 설계에서 RISC-V로 대표되는 ‘오픈소스’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RISC-V는 반도체 생산 및 개발에 대한 권리가 개방돼 누구나 칩과 소프트웨어를 설계·제조할 수 있는 생태계를 뜻한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역시 이날 온라인 개회사를 통해 AI 발전과 반도체 산업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경 사장은 “HBM 칩을 비롯한 AI 컴퓨팅 시스템의 핵심 부품을 통해 AI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 계속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며 “삼성은 반도체 개발 및 제조 공정을 최적화하기 위해 AI를 활용하는 데 전념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대규모언어모델(LLM)과 같은 생성형AI가 업계의 가장 어려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7회를 맞이한 ‘삼성 AI 포럼’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초거대 AI(Large-scale AI for a Better Tomorrow)’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AI·컴퓨터 공학(CE)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과 전문가 등 10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해 AI와 관련한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고 미래 혁신 전략을 모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