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미국에서 공격적인 할인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포드자동차 등은 이번 달부터 일부 차량 구입자에게 최대 7500달러(약 979만 원)를 즉시환급해주고 있다. 테슬라는 올 들어 전 차종에 걸쳐 가격을 인하해 일부 모델의 시작 가격을 3분의 1이나 낮추기도 했고 루시드그룹도 지난 8월 차량 가격을 최대 1만 3000달러(약 1697만 원) 인하했다.
이는 전체 통계에서도 확인이 된다. 자동차쇼핑 웹사이트 에드문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살 때 평균적으로 1500달러의 프리미엄을 추가로 냈지만 올해 9월에는 2000달러의 가격 할인을 받았다. 차량 서비스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차량 정가 대비 금융인센티브 비중은 전기차가 9월 현재 9.8%로 전체 평균(4.9%)의 2배에 달했다.
업체들이 전기차에 공격적인 할인을 해주는 것은 고금리, 경제상황 악화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재고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에드문드에 따르면 전기차가 팔리는데 걸리는 평균 기간은 9월 기준 65일로 지난해 8월 16일에서 4배나 급증했다. 이는 9월 전체 차량의 평균 판매 기간(37일)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아울러 신기술 제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수요층이 이미 전기차를 구매했고, 소비자들이 매번 충전을 해야 하는 전기차가 번거롭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도 수요가 줄어드는 이유로 지목된다. 이 외에 미국은 지난 4월부터 조건을 충족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업체들이 판매 부진을 방치하기 보다는 자체 할인에 나서고 있는 점도 전방위적인 가격 인하 바람이 부는 이유다.
WSJ은 “전기차 가격 할인은 업체의 수익을 갉아먹고 해당 모델을 소유한 소비자들 차량의 재판매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의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도 느려지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은 지난달 전기차 트럭 공장의 개장을 계획보다 1년 늦춘 2025년 말까지 연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포드도 지난달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을 위한 생산 전환을 일시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