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4%로 낮춰 잡았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3%에서 2.2%로 하향 조정됐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에 따라 경기 회복세가 더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9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4%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당초 KDI는 올 5월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한 후 8월에도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KDI가 이번에 제시한 전망치(1.4%)는 한국은행(1.4%), 국제통화기금(IMF·1.4%)과 같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5%)보다 0.1%포인트 낮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이 최근 제시한 전망치(1.3%)와 비교하면 0.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2%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치(2.3%)에서 0.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한은과 IMF가 제시한 전망치(2.2%)와 같고 정부 공식 전망치(2.4%)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천소라 KDI 전망총괄은 “내년 경제성장률은 2% 내외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소폭 상회할 것”이라며 “올해 낮은 성장률에 따른 기저효과에 기인한 측면도 있어 (내년) 경기 회복세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 전망했다. 한은 전망치(3.5%)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KDI가 내다본 내년 물가 상승률(2.6%) 역시 한은 전망치(2.4%)보다 0.2%포인트 높다. 단 물가 상승률은 내년 상반기(2.9%)에서 하반기(2.3%)로 갈수록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외국계 투자은행(IB) 업계는 잇따라 한국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올려 잡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JP모건, HSBC 등 주요 IB 8곳이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언급한 내년 한국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평균 2.4%로 집계됐다. 한 달 전 평균 전망치(2.2%)보다 0.2%포인트 올랐다.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KDI는 물가 상승률이 물가 안정 목표(2%)에 도달할 때까지 긴축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천 총괄은 “내수 증가세가 다소 둔화돼 향후에도 물가 상승률 하락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3%대 초반에 머물러 있어 당분간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팔 사태 등 대외 불확실성이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KDI는 “지정학적 갈등 고조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거나 중국 부동산 경기가 급락하는 경우 우리 경제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