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공매도 금지인지 모르겠습니다. 시장 변동성이 완화되지도, 개인투자자의 불만을 잠재우지도 못하고 혼란만 남았습니다.”
최근 기자가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한 증권가의 분위기를 묻자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답했다. 금융 당국이 증시 변동성 완화와 불법 공매도 차단을 위해 이달 6일부터 공매도 전면 금지를 결정했으나 좀처럼 효력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당국이 원하는 정책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원성은 최근 증권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무엇 하나 잡지 못한 정책’이라는 데 증권·자산운용·투자은행(IB) 등 모든 업계의 관계자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공매도 금지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공매도 금지 첫날인 6일 단숨에 2500포인트를 뚫었던 코스피지수는 7~8일 곧바로 3.22%나 하락했다. 코스닥시장에는 6일 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 정지), 7일은 매도 사이드카가 연이틀 발동됐다.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가 시장 안정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무색한 상황이다.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로 개인투자자 1400만 명의 민심을 얻은 것도 아니다. 시장조성자(MM)와 유동성공급자(LP)를 공매도 금지의 예외 대상으로 두면서 공매도 잔액은 오히려 더 늘었기 때문이다. 6일 코스피·코스닥시장의 공매도 잔액은 19조 2133억 원으로 직전 거래일인 3일보다 1조 4010억 원 증가했다. 추후 이들의 공매도 잔액이 줄어든다 해도 고금리 장기화, 기업 실적 악화, 중동 정세 불안 등 증시 펀더멘털(기초체력) 자체가 부족해 주가가 눈에 띄게 상승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당국이 공매도 금지에 대한 입장을 갑자기 바꾼 부분에 관해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결국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잡기를 위한 여당의 선심성 정책에 동조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5일 당국 발표 내용에는 공매도를 급하게 금지한 내용만 주를 이룰 뿐 개인·외국인 간 담보 비율 조정 등 기존 제도를 개선한 부분도 빠졌다.
당국은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가 정말로 정치권 압박과 무관하게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는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가뜩이나 증시 주변 상황이 어려운 상태에서 중심을 잡을 주체는 금융위원회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