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이 미친 듯이 춤을 추는 강풍과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날아간 공은 어김없이 핀 주변에 떨어졌다. 매서운 샷 감을 앞세워 우승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악천후에 트로피를 날려버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3년 차 김재희(22·메디힐)가 지난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데뷔 첫 우승을 향해 다시 뛴다.
KLPGA 투어 2023시즌 최종전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 개막을 하루 앞둔 9일 대회장인 강원 춘천 라비에벨CC(파72)에서 만난 김재희는 “원래 눈물이 날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주변에서 정말 많이 위로해주고 안아주고 그래서 살짝 울먹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팬과 지인들의 응원에 지금은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5일 제주에서 열렸던 S-OIL 챔피언십은 악천후에 두 차례 중단된 끝에 결국 4라운드가 취소됐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3라운드 54홀로 축소를 결정했고 이에 따라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였던 성유진이 우승자가 됐다. 경기가 중단되기 전 9홀을 남기고 1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던 김재희는 씁쓸함을 삼킨 채 시즌 두 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최근 김재희는 물오른 샷 감을 뽐내고 있다. 9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공동 14위를 시작으로 대보 하우스디 오픈에서 데뷔 후 두 번째 준우승을 기록했다. 이어진 메이저 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도 6위에 오르며 2주 연속 톱 10에 들었다.
김재희는 “S-OIL 챔피언십 4라운드 때도 샷 감이 되게 좋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타수를 더 못 줄여서 오히려 내 플레이에 아쉬웠다”고 했다. 이어 “만약 타수를 더 줄인 채 끝났으면 더 아쉬웠을 것 같다. 3타를 줄이는 데 그쳐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생각 하면서 스스로 위로 중”이라고 덧붙였다.
우승 희망이 피어오르던 상황에서 돌아선 김재희는 최종전에서 다시 한번 데뷔 첫 승에 도전한다. 그는 “모든 대회에는 우승자가 항상 나온다. ‘그게 내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생각으로 이번 대회에 나설 것”이라면서 “올 시즌 마지막 대회지만 이번에도 우승을 바라보고 플레이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