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고리 사채와 불법 채권 추심은 정말 악독한 범죄”라며 “약자의 피를 빠는 악질적 범죄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죄를 평생 후회하도록 강력하게 처단하고, 필요하면 법 개정과 양형 기준 상향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고금리에 편승해 취약 계층을 약탈하는 불법 사금융에 대해 사실상 전쟁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후속으로 당국의 불법 사금융 단속 강화 및 법안 개정, 피해자 지원 등의 작업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에서 민생현장간담회를 열고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불법사금융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현직 대통령이 금감원을 방문한 것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불법 사금융에 대해 작심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빚 독촉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세 모녀 사건을 접하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며 “(불법 사금융) 범죄는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고, 인권을 말살하고, 가정과 사회를 무너뜨리는 아주 악랄한 암적 존재”라고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은 “민생 약탈 범죄로부터 서민과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 “완전히 퇴출시키지 못한다면 자유민주주의 사회라고 하기 어렵다.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고 피해 구제가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불법 사금융에 대한 강경 대응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불법 사채업자들의 범죄 수익은 차명 재산까지 모조리 추적해 환수하고, 특히 국세청은 광범위하고 강력한 세무조사로 불법 사금융으로 얻은 수익을 단 1원도 은닉할 수 없도록 조치해주기 바란다”며 “환수된 범죄 수익을 피해자들의 구제에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비롯해 피해자들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배상받을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함께 강구해달라”고 당부했다.
전 세계적인 고금리에 담보·신용 부족으로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불법 사금융 피해는 증가하는 추세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불법 사금융 피해 건수는 6784건으로 상반기 기준 5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