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중동의 스위스’ 오만





2013년 3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국무부 부장관이었던 윌리엄 번스와 부통령 외교보좌관이었던 제이크 설리번에게 이란과의 고위급 접촉을 타진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두 사람은 카보스 빈 사이드 당시 오만 국왕의 주선으로 이란 측 관계자와 오만에서 9차례나 비밀리에 만났다. 이 협상에서 이란 핵 개발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열리면서 그해 9월 오바마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간 전화 통화가 성사됐다. 이후에도 ‘오만 채널’은 계속 가동됐고 2015년 7월 ‘이란핵 합의(JCPOA)’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오만은 미국과 이란 양측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오만은 아라비아반도 남동쪽 끝에 있는 중동 국가다. 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예멘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오만 만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도 근접해 있다. 오만은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에 위치해 있지만 큰 민족·종교 갈등이나 내전·테러가 없었다. 1970년 건국 이래 안정적인 국내 정세를 바탕으로 중립 외교 정책을 견지해 ‘중동의 스위스’로도 불린다. 오만은 중동에서 전쟁이나 분쟁이 터지면 중립 노선을 취하며 물밑 협상을 중재하거나 평화 회담을 주선해왔다. 2017년 사우디가 이란 편을 든 카타르와 단교했을 때도 오만은 중립을 유지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과 사우디의 분쟁 때는 협상 장소를 제공하기도 했다. 오만은 국민들의 이슬람 종파가 시아파나 수니파가 아닌 토종 이바디파여서 이란·사우디의 이슬람 주도국 다툼에서 자유롭다. 이 점이 중립 외교를 유지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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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오만에 군사시설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군 관리들이 지난달 오만 측과 이 문제를 논의했고 오만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자신들이 오만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이라는 점을 이용해 오만에 접근했다고 한다. 중국은 2017년 동아프리카 지부티에도 해군 기지를 건설해 운영하고 있다. 교묘하게 세계 각지에 군사시설을 구축하고 있는 중국의 팽창주의에 대응해 우리 국익과 안보를 지키기 위한 치밀한 전략을 마련해 실천해야 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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